5. 이런 삶,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흘러온 대로 살아보는 중입니다

by 딩켄드족입니다

결혼을 하고도 함께 살지 못하게 된 건,
사실 ‘선택’이라기보다는 ‘상황’이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정확히 말하면 여행조차 와본 적 없는 곳이다.
이곳에 정착하게 될 줄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다.

이건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전문직이 아닌 이상, 직장의 위치를 내 맘대로 고르는 건 쉽지 않다.
내 전공과 맞는 자리를 찾다 보면,
낯선 도시, 낯선 동네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기 마련이다.

나는 유난히도 학생 신분이 길었다.
학사부터 박사까지, 도합 10년 넘게 학생으로 살았으니
‘제대로 된 직장’에 들어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반면 아내는 학사 졸업 후 비교적 빨리 원하는 직장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10년 넘게 커리어를 잘 이어오고 있다.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있어서, 회사 다니면서 관련 석사 학위도 따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있는 곳으로 이직을 하라고 말할 수도 없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주말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삶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약간의 위안은 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적어도 내가 있는 직장엔 생각보다 꽤 많다는 점이다. ㅋㅋ

나는 가끔 이 생활을 **“DKNY(독거노인)”**이라고 부른다.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이 다들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에 월세나 전세로 살고 있다.
(지방 소도시라 그나마 집값이 착한 편이라 다행이다.)
그렇게 십수 년째 혼자 사는 사람도 있고,
가끔은 ‘동지애’ 같은 것도 느껴진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삶도 나름 괜찮다.
그리고 매주 주말, 다시 시작되는 연애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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