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는 기차 타기 전에
현 직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몇몇 동료 교수님들이 있다.
그분들이 가끔 나에게 말한다.
“진짜 아내랑 금슬이 좋은 것 같아요.”
한 번은 아내가 내가 사는 도시로 놀러 왔다가,
우연히 식당에서 동료들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우리가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아직도 연애하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
생각해보면 나는 10년째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해놓고 있다.
주변을 보면 그런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긴 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연애하는 사진'을 올려놓는 게 좀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뭐, 내 사생활이니까. 굳이 바꿀 생각은 없다.
그런데, 이렇게 ‘사이 좋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솔직히 말하면 싸울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우리가 주말부부이기 때문이고, 아직 아이가 없기 때문이다. ㅋㅋ
떨어져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적당한 거리가 생긴다.
그 거리는 쌓이는 감정을 막아주기도 하고,
싸울 일 자체를 줄여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철칙을 만들었다.
“주말에 싸우더라도, 절대 화해하지 않고 헤어지지 않기.”
왜냐하면, 싸운 상태에서 각자의 도시로 돌아가버리면
정말로 며칠, 심하면 몇 주까지 연락을 안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철칙은 5년 넘게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한 번은 신혼집에 살던 시절,
서로 다른 생활 습관 문제로 크게 다툰 적이 있었다.
그때도 기차 시간 1시간 전, 내가 기적적으로 사과하며 극적인 화해를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그 ‘무조건 화해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우리는 부부로서 연결고리가 약한 건 아닐까?”
다른 부부는 아이, 집, 생활권 등 수많은 끈으로 서로 얽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싸우고 휙 돌아서 각자의 도시로 가버리면,
그 끈이 한순간에 툭 끊어질 수도 있는 구조다.
그래서 우리는 싸우지 않으려 노력하고,
혹시라도 다툰다면 반드시 화해하고 난다.
주말에 만나고, 주말에 풀고, 다시 돌아가는 삶.
그게 우리가 딩켄드족으로 살아가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