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기만 해도 좋은 시간
그렇게 기차를 타고 도착하면, 언제나 와이프가 나를 마중 나온다.
우리가 결혼하며 마련한 신혼집은 아내 직장 근처였다.
하지만 처가가 바로 근처였고, 어느 순간부터는 신혼집이 '별장'처럼 되어버렸다.
2년 정도 신혼집에서 살다가 지금은 아예 그 집은 세를 주고, 주말마다 처가에서 지내고 있다.
그렇다. 나는 처가살이 중인 사위다. ㅋㅋ
장모님, 장인어른은 너무 감사하게도 우리 부부를 위해 방 한 칸을 내주셨고,
나는 주말마다 내려가면 늘 장모님의 따뜻한 집밥을 먹는다.
처가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이제는 나를 매주 오는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딩켄드족으로 살면서 의외의 재테크 꿀팁도 하나 얻게 되었다.
바로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유지하면서 신혼집을 세 주는 것.
공시지가 12억 미만이라면 월세 소득도 비과세 대상이라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생각해보면 다 큰 딸과 사위가 집에 들어와 산다는 게 불편할 수도 있는데,
우리 상황을 이해해주시고 따뜻하게 맞아주신 장인어른, 장모님께 늘 감사하다.
금요일 저녁엔 그렇게 처가에 도착해 저녁을 함께 먹고,
보통 다음 날은 늦게까지 푹 쉰다.
토요일엔 약속이 있으면 나가고, 없으면 또 늦잠.
점심 먹고 쉬다가, 또 저녁 먹고, 일요일도 늦잠...
그리고 오후 기차를 타고 나는 다시 내 도시로 돌아간다.
사실, 둘 다 자란 도시이다 보니 이제 데이트할 곳도 거의 다 가봤다.
이젠 ‘특별한 데이트’보다는 그냥 집에서 같이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물론, 나만 매주 이동하는 건 아니다.
한 달에 3주는 내가 가고, 1주는 아내가 내가 사는 곳으로 온다.
처음 1~2년은 열심히 여행하듯 돌아다녔는데,
5년 차가 되니 이젠 우리 둘 다 ‘쉼’을 더 즐기게 된 것 같다.
최근엔 둘이 같이 하는 게임이라는 새로운 취미도 생겼다.
데이트 중 만화카페에 들렀다가
우연히 같이 해본 게임, _It Takes Two_에 완전히 빠졌다.
혼자 쓸쓸히 쓰던 플레이스테이션이 갑자기 활기를 되찾았고,
그날 밤 12시에 당근마켓에서 패드 하나를 더 사러 나간 건… 우리 부부에게 작은 모험이었다.
와이프와 함께할 수 있는 장기적인 취미가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행복이라는 걸 요즘 자주 느낀다.
멀리 떨어져 있는 평일이 있기에, 함께 있는 주말이 더 소중하다.
그리고 그 짧은 만남 속에서 우리는 다시 연애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