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된다는 것의 진짜 의미
우여곡절 끝에, 처가살이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었다.
장인장모님의 두 딸은 이미 출가했고,
그중 하나였던 방은 우리 부부의 공간으로 개조되었다.
에어컨도 새로 달아주시고, 침대 두 개를 붙여서 만든 넓은 침대는
말 그대로 ‘딩켄드 주말 리조트’다.
살이 찌는 건 당연했다.
주말마다 내려가면, 장모님이 해주시는 맛있는 집밥 폭격을 피할 수가 없다.
매번 명절처럼 잘 먹고, 잘 쉬고 오다 보니
1년 새 몸무게가 슬금슬금 늘었다.
최근엔 지인들로부터 "살 좀 오른 것 같은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솔직히 부정할 수 없다. 주말만큼은 잘 먹고, 잘 쉰다.
사실, 초반엔 문화 충격도 없지 않았다.
우리 집은 꽤 개인주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가족 행사를 하면 보통 2~3시간이면 마무리.
밥 먹고 커피 한 잔 하면 바로 흩어진다.
각자의 공간과 시간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처가댁은 다르다.
점심 → 커피 → 수다 → 저녁 → 술 → 올나잇
이모님들과의 유대도 엄청나서,
1달에 한 번은 꼭 정기 모임이 열린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잦은 모임이 조금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땐 밥만 먹고 슬쩍 방으로 도망가 잠들었던 적도 많다.
그런 나를, 장인장모님은 다행히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다.
그게 참 감사했다.
되돌아보면,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고,
좋은 장인 장모님을 만나
사랑받는 사위로 지낼 수 있다는 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물론,
자취방처럼 팬티 바람으로 방을 활보할 순 없다.
옷을 아무 데나 벗어놓거나, 설거지를 미루는 일도 없다.
하지만 그런 ‘긴장감’이 오히려
내 일상을 정돈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 같다.
내가 흐트러지지 않게 만드는 작고 좋은 긴장감.
주말마다 잠시 들어가는 주말 처가살이.
만약 일주일 내내였다면, 나도 조금 답답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정도 거리와 주기의 관계는 꽤 이상적인 것 같다.
부담 없이 가까운,
그러면서도 정중함을 유지할 수 있는,
그런 가족 간의 거리감.
가족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매주 주말,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