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시간들
결혼 이후, 와이프가 처가댁에 들어가 살게 되면서
그녀의 삶의 질은 꽤 많이 올라갔다.
장인어른, 장모님과 워낙 사이가 좋은 딸이기도 하고,
10년 가까이 함께했던 강아지와도 다시 매일을 보내게 되었다.
요리는 장모님이 다 해주시고,
와이프는 직장생활 외에는 딱히 신경 쓸 게 없다.
어찌 보면, 결혼 이전 *‘딸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한 편안함.
그 덕분에 나는 늘 감사한 마음이다.
와이프가 안정되고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에 반해 나는,
대학 시절부터 이어진 자취 경력 20년 차의 베테랑이다.
혼자 사는 건 이제 익숙하다 못해, 편하기까지 하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면 요리 실력이 조금 늘었다는 정도.
대학생 때는 돈이 없어서 못 먹었다면,
지금은 건강 때문에 일부러 해먹으려고 한다.
물가가 무섭게 오르면서, 장을 한 번 보면 기본 5~10만 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해먹는 봉골레, 계란 카레, 된장찌개는
나만의 고요한 만족을 준다.
그 시간만큼은 혼자라도, 괜찮은 저녁을 살고 있다는 느낌.
최근에 바꾼 알뜰폰은
내 평일의 ‘소확행’ 중 하나다.
10년 넘게 쓰던 통신사에서 벗어나
와이프의 추천으로 알뜰폰으로 갈아탄 지 벌써 1년.
요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고,
데이터는 사실상 무제한.
집에 TV도, 인터넷도 설치하지 않았지만,
유튜브 하나면 밤이 짧지 않다.
물론 쇼츠를 보다가 깜빡 잠드는 바람에
핸드폰이 밤새도록 돌다가 방전된 적도 있다.
그래도 어쩐지 그조차도
혼자 사는 사람만이 겪는 웃픈 에피소드 같아 나름 정겹다.
지금의 나는
“집 → 직장 → 집”의 루틴을 살아간다.
집은 거의 잠만 자는 공간,
가끔은 요리를 하고,
혼자 조용히 밥을 먹는 공간.
그렇다고 외롭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혼자 있는 시간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감각이 곁에 남아 있다면
꽤 괜찮은 하루로 채워진다.
결혼은 함께 사는 일이기도 하지만,
혼자서도 잘 살아내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 부부는
그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시간들’을
조용히, 그리고 나름 알차게 살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