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 EP.1 신혼집이라는 이름의 별장

살지 않는 집, 그 공간이 가진 의미에 대하여

by 딩켄드족입니다

와이프와 결혼을 결심하고 신혼집을 구하던 때를 떠올리면,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이었다.
2020년 말, 예식장을 먼저 계약하고, 결혼 날짜는 약 1년 후로 잡았다. 그리고 당연히 그다음은 신혼집.

당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주말부부 할 거, 와이프 직장 근처에 전세나 얻자. 싼 소형 아파트면 충분하겠지.”

그런데 그 시절, 지방 집값조차 들썩이기 시작했고,
부동산 재테크에 능하신 장인어른의 강력한 추천이 이어졌다.
“이 동네는 내가 평생 살아봤다. 무조건 사는 게 이득이야.”

결국 와이프와 장인어른의 설득으로,
신축 아파트 전매 계약 → 대출 실행 → 입주 확정까지
단 한 달 만에 모든 걸 해치웠다.

그렇게 1억이 넘는 대출을 안고 입주한 건 2021년 11월.
맞벌이였고, 당시엔 저금리라 부담은 적었지만,
그래도 적잖은 용기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집값은 오르고, 대출도 둘이서 빨리빨리 갚아 지금은 전액 상환 완료!



문제는… 집에 우리가 없다는 것.


와이프는 주중에 혼자 있길 꺼려서 늘 친정에 머물렀고,
나는 일이 바빠 주말마다 찾아가지도 못했기에
집은 **실제로 ‘비어 있는 새 아파트’**가 되었다.

가끔 주말에 둘이 잠깐 머물긴 했지만,
넓고 쾌적한 신혼집은 사실상 우리의 별장 같은 존재였다.

관리비만 매달 20만 원.
정수기 필터 교체도 정기적으로.
대형 냉장고는 텅 빈 상태로 가동 중…



2년 가까이 그런 생활이 이어졌고,
어느 날 와이프가 제안했다.

"이 집, 가전이랑 가구 그대로 두고 월세 주면 어때?"

검색해보니 우리가 들인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TV만 해도
월 30만 원 정도는 '풀옵션 프리미엄'을 붙일 수 있었다.
그렇게 시세보다 40만 원 높은 금액으로 계약 성공!
1년 계약이었지만, 비과세 월세 수익이 제법 쏠쏠했다.

지금은 두 번째 세입자에게 가전 없이 일반 월세로 임대 중이다.
첫 해만큼의 수익은 아니지만, 비어 있던 공간이 수익을 낳는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물론 그만큼 우리의 신혼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사라졌지만,
다행히 내 직장 근처의 자취방이 이제는 우리의 또 다른 작은 거처가 되었다.

‘신혼집은 어디냐’는 질문에
“세를 주고 있고, 우린 주말마다 이동하며 같이 지내요”
라고 말하면, 다들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돌이켜보면, 이런 재테크 방식은
주말부부 + 딩크족이라는 조건이기에 가능했던 선택이다.

공간의 의미는 점점 바뀐다.
때로는 비어 있지만,
때로는 둘만의 거처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한 달에 한 번 얼굴 보는 집이기도 하다.

우리의 신혼집은 지금,
조용히 우리 삶을 옆에서 지켜보는 또 하나의 이야기 속 공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