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어려운 건, 돈 이야기였던 적도 있다
결혼이란 서로 다른 두 개의 삶이 하나로 합쳐지는 일이다.
생활 습관도 맞춰야 하고, 관계의 균형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렵고도 중요한 건 경제를 함께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었다.
얼마 전, 오랜 친구와 전화를 하다가
비슷한 삶을 사는 또 다른 ‘딩켄드족’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는 아내와 수입·지출에 대해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장기적인 재무 계획을 짜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아내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면서
자기 계발에도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인데,
세부적인 지출은 남편에게 잘 공유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나도 우리 부부의 방식을 이야기해줬다.
친구는 꽤 놀라는 눈치였다.
사실 우리 부부는
월급명세서부터 부수입까지 매달 서로 공유한다.
내 직장 특성상 추가 수당이 생기면
와이프에게 인증샷처럼 캡처해서 보내준다.
그러면 “잘했다 남편~”이라는 칭찬을 받는다.
이게 요즘 나의 소소한 성취감이기도 하다. �
이렇게 차곡차곡 늘어나는 통장 잔고를 함께 바라보는 건,
우리 부부가 요즘 가장 즐기는 ‘취미’이자 ‘버릇’이 되었다.
조금 자랑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지난 3년간의 지출 데이터를 누적 관리하고 있다.
각자의 생활비를 정해놓고,
경조사비나 예외 지출은 항상 공유 후 결정한다.
누가 먼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어느새 이게 ‘우리 방식’이 되었다.
지출을 함께 돌아보는 습관 덕분에
지름신이 올 때도 한 번쯤 더 고민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덜 쓰고, 더 아끼는’ 방향으로 흐른 것 같다.
물론 시작부터 이렇게 되진 않았다.
결혼 준비 당시, 와이프가 제시한
‘초타이트한 예산표’를 보고 진심으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자취 경험이 없던 와이프는 물가 감각이 다소 과감했달까)
그래서 6개월쯤 지나자
“이거 다시 짜야겠다”며 스스로 수정 요청을 해왔다. �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최근 우리 부부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연금 저축이다.
매년 IRP + 개인연금저축에 각각 연 900만 원씩,
총 1,800만 원 납입을 목표로 정하고 있다.
2년째 꾸준히 실천 중이다.
이걸 시작하게 된 건
솔직히 100만 원에 달하는 세액 공제 혜택 때문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자연스럽게 투자 공부도 함께 하게 되었고,
와이프는 작년 연말정산에서 인생 최대 환급액을 받더니
요즘은 오히려 나보다 더 연금저축을 전도하고 다닌다. �
결혼하고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가듯,
돈을 함께 쓰는 법도 배워가는 중이다.
‘사랑’보다 ‘돈’이 더 어렵게 느껴졌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서로의 돈 습관을 이해하고
신뢰 안에서 함께 계획을 세워가는 이 과정이
참 좋고, 참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