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받거나, 도망가거나, 아니면 돌아가거나.
새벽에 내가 우는 소리를 듣고 엄마는 깜짝 놀라서 다급하게 물었고,
나는 한 문장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 허리... 허리가 너무 아파 '
엄마가 가지고 있던 허리 찜질팩을 데워서 내 허리에 대주고, 출근이 늦을 거 같아서
사장님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그냥 엄마가 전화기를 뺏어서 사장님과 통화를 했다.
다른 방에서 통화를 했는데 엄마는 화가 많이 나 보였다.
그리고 누워있는 나한테 와서도 화를 냈다.
'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서 내가 별말 안 했는데, 해도 해도 너무 한 거 아니니?
새벽같이 나가서 해 떨어져야 집에 오고, 걸핏하면 10시 11시까지 일을 시키고,
멀쩡한 애 골병들겠다 골병들겠어.'
출근할 수 있겠냐는 엄마의 말에 갈 수 있다고 얘기했고,
만약 통증이 계속되면 병원에 가볼 생각이었으나,
찜질을 하고 진통제를 먹고 있으니 잠시 후에는 통증이 조금씩 괜찮아지는 걸 느꼈다.
새벽에는 정말 무서웠다. '내가 불구가 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길한 생각부터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몸을 혹사해 가면서 일해야 하지?'
하는 서러운 생각도 들었다. 아픈 것도 그렇지만, 너무 놀라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
그날 그 정도로 아팠으면 병원부터 갔어야 됐는데, 그냥 출근을 했다.
사람이 들고 나고 많이 하는 곳에서 안 그래도 일할 인원이 없는데, 그날 내가 빠지면
남아있는 사람들이 집에 늦게 가고 고생할걸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서 출근을 했다.
그래도 검사는 받아봐야 할 것 같아서 사장님께 얘기하니, MRI 검사를 해보는 게 나을 거라며
검사비용을 지원해 준다고 하셨다. 고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이상했다.
뭔가 찝찝하다는 말이 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엄마가 전화로 무슨 얘기를 했길래 지원을 해준다고 하시지? 이상한 말 한 거 아닌가?'
엄마의 성격을 알고 있었고, 그때는 화가 많이 나 보였기에 엄마에게 별말을 못했지만,
다 큰 성인이 엄마가 사장님께 전화해서 화를 냈는데 또 사장님은 검사비용까지 준다고 하니
그런 상황이 부끄러웠던 것 같다.
물론 엄마입장에서도 나는 자식이니 안돼보였고, 속상했겠지.
결국에 척추 전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도 디스크 문제는 아니고 척추의 시작점과 골반 주변의 신경들이 눌러져서 통증이 생기는 거였다.
정확히 병명은 생각이 안 나지만, 물리치료, 운동치료 병행하고
통증이 심할 때는 약을 먹고, 거기서 혹시 나아지지 않으면 차후에 척추나 골반에 직접 통증주사를 맞는
방식으로 진행을 한다고 안내를 받았다.
척추에 주사를 맞는다니... 끔찍했고, 무서웠다.
의사가 말했다.
'골반쪽에 하중이 너무 많이 가있으니, 서있는 시간이나, 같은 자세로 오래 있는 건 피하는 게 좋습니다.'
그때 당시 이런 딜은 상상하지도 못했지만, 몸이 아프니 마음도 약해졌다.
생산실에서 일한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기술을 다 배우지 못했는데도,
일단 서있는 시간을 줄여야 했다. 만약에 몸이 망가지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
최소 일하는 시간이 14시간이었는데, 11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여달라고 사장님께 요청했다.
솔직히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그때 바로 퇴사를 했을 것이다.
근데 사장님이 흔쾌히 요구사항을 들어주셨다.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일찍 퇴근할 수 있다는 기쁨은 잠시, 결국에는 퇴사를 마음먹게 되었다.
그 이유는 솔직히 사장님이 승낙은 해주셨어도, 사장님은 매일 오시지도 않았고, 잠깐 계시다가 나중에 사라지시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에는 5시쯤에 공장장님께 퇴근 얘기를 해야 했는데...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그렇고, 공장장님도 그렇고 모두들 힘들어하는데 나만 일찍 간다는 그 사실이
너무 미안하고 불편했다.
내가 있으니 TO가 비는 것도 아니라 사람은 더 구하지는 않고, 그렇다고 내가 먼저 가버리면 남은 일은
남은 사람들이 해야 하니까.
결국에는 그냥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내 욕심 같았고, 민폐 같았고, 그런 눈총을 받을 용기도 없었다.
게다가 새로운 파트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허리가 안 좋다는 게 알려진 나는 파트 이동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그때 결정을 했다. '퇴사를 해야겠다.'
어떤 앞으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몸이 힘드니 마음도 힘들고, 상황도 별로 좋지 않았다.
그냥 쉬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퇴사를 했고, 허리에 좋다고 해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조금씩 배워 뒀다.
약 2달 정도 일을 안 하고 쉬었는데, 학자금 대출은 아직 남았고,
이 한 몸에 들어가는 돈은 약 70만 원 정도였다.
마음 편히 쉴 수도 없었다.
곧 일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2년 남짓한 경력으로는 어디 가서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일이 끝날 때까지 일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을 일하고,
동종업계로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곳.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나는 CJ 베이커리 브랜드 'T'사의 훈련원 출신이었고, 쇠뿔도 단김에 빼자라고 생각해서
그때 당시 교육을 해주셨던 선생님께 바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취업 때문에 연락드렸는데 혹시 통화 가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