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언어 경험기 (1)

스페인어 이제 시작이다.

by slowcarver

어디를 가든, 처음 외국에 가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게 언어장벽.


사실 니카라과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이 나라가 사용하는 스페인어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전출 전에 다급하게 2시간의 주말 수업을 단 한 달 들었고, 정신 없이 짐 싸고 비행기 타고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이미 머리는 백지 상태였다. 도대체 내가 뭘 들었는지 인사는 어떻게 하는 건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첫 출근했을 때, 낯설은 다갈색 사람들의 눈동자 열 개가 반짝 반짝 나를 향해도 흔한 인사말 하나 뱉어지지 않았고, 누가 나를 부르는 것이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인수인계 기간은 사전 찾아가면서 짤막 짤막한 단어로 지시를 하고, 필요한 단어를 종이에 그림으로 대신하고, 구글 번역기를 내밀면서 일을 했었다.

해외에서 일하면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이 말하지 않고 일하는 법. ;;;;


온지 한 삼 개월쯤 지났을 때, 회사에서 스페인어 수업을 신청해주어 매우 신났었는데, 머지않아 좌절했다. 이유는 스페인어 선생님이 스페인어 밖에 할 줄 몰랐기 때문. 도대체가 납득이 안 갔다.

나의 원래 계획은 > 스페인어를 영어로 배운다. > 영어도 향상 & 스페인어도 향상. 이 구도였다.


그런데 선생님은 스페인어 밖에 하지 못했다. 그래도 기본적인 영어는 알겠지 했는데, SCHOOL 같은 단어 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래도 명색이 초등학교 스페인어 선생님인데, 영어를 너무 몰라서 수업을 들어갈 때마다 좌절. ;;;; 이건 마치 한국에서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는데, 한국어 선생이 한국어만 할 줄 아는 것과 같은 상황. 선생님은 그래도 선생님이기 때문에 천천히 또박 또박 발음을 해주셨고, 못 알아들으면 다른 단어를 이용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물론 그렇다해도 베이스 단어 자체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이해는 안 되었지만. 선생님이랑 사전 찾아가면서 늘 헤매는 기분으로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배우는 새에 그 간에 위태롭게 쌓아놓은 영어가 무너지고, 어설픈 스페인어만 남았다.


웃긴 것은, 그렇게 어설픈 배움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어쨌든 이제는 선생님의 말을 80%는 알아듣고, 시재고 문법은 다 틀려가면서 말해도 말은 통한다는 것이다. 첫 수업 때의 막막함을 생각하면, 현재는 그나마 장족의 발전인 셈이다.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부족한 걸로 치자면 한이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하겠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되는 것 같다. 뭐든 겁내는 것보다는 그냥 시작하고 보면 반 정도는 된다.

.. 단, 선생님하고만 말이 잘 통한다는 것은 함정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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