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자유롭게 살면 어떨까.
해외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갈만한 곳.
스포츠 센터.
니카라과에 와서 두 번째 주에 한 일이 테니스를 배우러 간 것이다. 마침 테니스를 배우던 선임이 있었고, 평소 배워보고 싶던 터라 일도 적응하기 전에 운동이라도 해보겠다고 무작정 스포츠 센터를 따라갔다. 그저 테니스장을 생각하고 따라갔을 뿐인데, 와~ 이런 신천지가.. (이때는 이것이 신천지라 생각했다.)
센터는 면적이 넓었는데, 접수대에 계산을 하고 들어가면, 좌우로 헬스장이 있고, 헬스장을 지나면 야외 수영장이 나왔다. 수영장을 지나 언덕길을 오르면 테니스장이 나오고. 주변에는 군데군데 벤치와 녹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이런 야외의 스포츠 센터는 처음이라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때부터 이곳의 야외 수영장을 애용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많은 외국인들을 접했고,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보게 되었다.
이곳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은 현지인도 있었고, 외국인도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내 멋대로'이다.
나를 위한 수영법.
수영복 의상도 내 멋대로, 수영 자세도 내 멋대로, 수영 도구도 내 멋대로. 모든 것이 나 편한대로 나 좋을 대로이다. 자기 나름의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하는 것이야 그렇다고 치자. (운동용 쫄바지를 입고 수영하는 할머니도 있었다.) 수영 자세도 천 차 만 별이다. 한국에서 수영장을 가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대개 수영장에 오는 사람을 수영을 배워서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거나, 수영을 "제대로" 배우고 있는 사람이다. 근데 여기 사람은 딱 봐도 안 배운 티가 났다. 그냥 자연스럽게 물에 들어가서 자기 나름대로 수영을 터득한 느낌이다. '어, 저 자세는 아닌데, 저렇게 하는 것보다 이 자세가 더 빠른데' 나도 나름 수영을 배운 사람이라, 맞는 자세와 틀린 자세를 볼 줄 아니까. 근데 내가 배운 것과는 다르게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심지어 듣보잡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많기에 바른 자세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그리고 그냥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수영 선수도 아니고, 물에 뜰 줄 알고 물에서 놀 줄 알면 되지 그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요컨데 더 효율적인 수영법은 있어도, 틀린 수영법이란 없는 것 아닐까.
또 특이한 건, 유달리 도구를 쓰는 사람이 많은데, 손갈퀴 (손에 끼는 판데기 같은 것이 있다), 오리발, 스노쿨링용 물안경, 뭔지 모르겠는 각종 도구들이 수영이 동원되었다. 어떤 이는 오리발을 끼고 수중 초시계로 잠수 수영 시간을 재기도 했고, 어떤 이는 스노쿨링 물안경을 끼고 호흡 텀 없이 자유형을 하기도 했고, 서울에 있었다면 이상하게 느껴졌을 행동들이 이곳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있었다.
효율과 완벽보다 중요한 것.
그중에 가장 좋았던 건,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물놀이를 가르치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였다면, 대개 부모들은 아이를 수영장에 보내서 전문적인 선생님에게 수영을 배우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에 온다. 온갖 도구를 대동하고 함께 놀아준다. 아이들을 그렇게 물에 친숙해지고, 조금씩 어설프게 수영을 터득해 나간다. 이곳에 있으면서 유일하게 수영 선생님에게 수영을 배우는 아이를 보았는데, 한국인이었다. 물 안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엄마와 물 바깥에서 아이가 수영 배우는 것을 바라보는 엄마가 묘하게 대비되어 보였다. 아이에게 좀 더 나은 선생을 붙어 완벽한 수영법을 가르치고자 하는 교육관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틀 안에 있을 때는 당연해 보이던 것들이, 바깥에서 바라보니 어쩐지 다르게 보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제 나는 자세에 대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냥 나 좋을 대로 수영을 하고, 나름 이상한 자세도 만들어서 수영을 해보고, 점핑도 해보고 잠수도 해보고 물에 둥둥 떠서 하늘만 바라보기도 한다. 그렇게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으니까. 내 멋대로- 자유롭게.
이제 이 스포츠 센터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갑작스럽게 문을 닫게 되어서. 비슷한 곳을 찾을 때까지 수영을 할 수 없겠지만, 아직도 가끔 물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던 기억이 가끔 떠오른다. 쨍한 니카라과의 태양. 약간은 미지근한 일렁이는 물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