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여행을 회의懷疑하다.
휴가를 다녀왔다.
한동안 해외를 여행한다는 것은 나에게 아주 큰 의미였다.
내가 결코 가보지 않은 낯선 곳, 새로운 문화, 다른 삶, 다른 표정의 사람들.
그들을 둘러싼 풍경과 그들의 삶이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궁금증에서 내 여행의 목적이 생겼으나,
사실 일주일 남짓의 짧은 기간 동안 그것을 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저 그 단말마의 시간 동안,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그들의 공간에 들어가보고,
그들이 먹는 것을 먹고, 그들이 보는 것을 보는 것. 그들의 역사적인 공간을 둘러 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이번 휴가, 나는 처음으로 여행에 회의를 느꼈다.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부지런히 걷고 쉼없이 보았던 것들.
거기서 나는 무수히 많은 관광객들을 보았고, 관광객 속에서 걸었다.
새벽이나 밤늦은 산책길, 오래된 공간들은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곤 했지만.
그저 말없이 특별한 공간과 시간을 드러낼 뿐이며, 이는 지난 여행을 통해 늘 경험하고 경이를 가졌던 것이다.
처음엔 신기했던 에어비앤비 조차도 이제 일부는 오로지 상업용 목적을 위한 꾸밈의 공간에 불과함을 느꼈다.
역사적 공간은, 상업의 목적으로 채워지고,
도시는 수많은 관광객에게 소비하기를 재촉하니,
결국 내가 이곳에서 할 일은 돈을 쓰는 일 뿐인가-라는 자조적인 마음이 들었다.
물론. 여행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제 제법 나에게 맞는 여행을 찾아갈 줄 알게 되었다.
너무 재촉하거나, 많은 것을 보려 욕심 부리지 않는 여행.
시간을 두고, 여유를 즐기면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길을 잃고, 난처한 상황이 닥쳐도 좀더 침착히 대응할 수 있고,
외국 사람들과의 대화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면면들은, 여행지 자체보다는 여행을 하는 태도에서 오는 만족감 이리라.
늘 좋기만 했던 여행이라는 축제에. 처음으로 가진 의구심과 회의.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준 첫 여행이다.
내가 여행을 통해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