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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carver Sep 11. 2017

취할 것과 버릴 것

집 공사(?) 인테리어 하기

여러 고민과 결정 끝에 간신히 대출과 계약을 끝냈지만, 그 후에도 고민거리는 쉬지 않고 이어졌다. 

혼삶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간이 집 구할 때와 집 공사를 결정할 때이다. 

이 시기에는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생각할 게 너무 많은 인테리어

공간이 크든 작은, (작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내가 살 곳이고, 

이전 집주인이 살면서 단 한 번도 도배나 바닥을 손본 적이 없었기에, 집은 낡을 대로 낡아 있었다.

바닥은 원목이지만 무심한 집 관리 탓에 군데군데 까지고 헐고 상해서 그냥 두기 어려웠고, 

벽지는 바랄 대로 바래서 마찬가지로 손을 안 댈 수가 없는 상황.

화장실은 흡연으로 인해 찌든 때가 그득했고.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도 모두 연식이 꽉 찬 상태.


페인트나 바닥을 직접 해보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평소 회사의 업무량을 생각해보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재 알아보고 품 팔 생각을 하니 일 이상의 스트레스는 지양하자 싶어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낫겠다는 결정을 하는데만, 일-이주는 걸린 것 같다. 

뭐든지 직접 해보고 싶어 하는 성격이라 미련이 계속 남았던 탓이다.

 

그런데 인테리어를 알아보다 보니 이게 또 고민 한 보따리. (물론 직접 손대려 했으면 몇 보따리는 되었겠지만.)


도배나 장판의 인건비며, 자재의 시세며, 아는 것은 없지만 말하는 사람은 제각각이라 뭐가 맞는지 알기 어렵고, 일적으로 가장 바쁜 시기다 보니 시간의 부족함에 쫓기기도 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알아보는데, 업자를 불러서 고치거나 바꿔야 될 것들 견적만 뽑아달랬더니, 내가 생각한 예산보다 2배를 훌쩍 넘었다. 거의 전부 다 고치라는 것. 이때부터 고민과 스트레스가 다시 줄을 지었다. 예산은 한정되고, 해야 할 것은 너무 많고 대충하고 싶지는 않았으니.. 빚을 늘려야 하나, 고칠 걸 줄여야 하나.


취할 것과 버릴 것-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은, 내 예산에서 조금 UP 시키는 방향으로. 인테리어를 결정했다.  


내가 선택한 것은,

- 화장실. 집이 작은 만큼 화장실 안에서 파우더룸까지 해결을 하려다 보니 화장실 컨디션이 중요했다.

- 바닥재. 나무 바닥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국내산 중에 가장 저렴한 강마루로.


그리고 포기한 것은, 

- 가전제품. 10년 넘은 에어컨과 세탁기. ;;; 냉장고는 중간에 한번 바꿨다고 하는데 연식은 모르겠다. 아직 모두 작동은 하고 있기에 그냥 쓰기로 했다.

- 벽지. 벽지는 너무나 허름해서 안 바꿀 수 없었지만, 가장 저렴한 종이 벽지로. 


개인의 취향- 내가 살 곳은 내 맘대로

집을 꾸미는 것에 대해서 내가 알게 된 것은,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필요한 만큼의 자금을 투자하라는 것.

그리고 절대적으로 본인이 지낼 공간이기 때문에 자기의 취향대로 꾸미라는 것이다.


  벽지 색깔을 고를 때도, 인테리어 사장님은 보통 하얀색이나 크림색이 집이 넓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나는 연두색 벽지가 좋았고, 단조로운 것이 싫어서 회색 벽지 2면, 연두색 벽지 2면으로 결정했다. 사장님은 집이 좁아 보일 것이라고 걱정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만족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지라 좁은 공간이지만 그만큼 물건을 적게 놓았더니 집이 전혀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화장실 공사로 마음에 드는 국내 중견 업체를 선택했을 때도, 지인들은 무슨 화장실에 그런 돈을 들이냐고 했다. 싸재를 쓰면 절반 가격이라고. 그런 얘길 들을 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지금 가장 만족하며 쓰는 공간이 화장실이다. 세면과 헤어, 화장을 모두 해결하는 공간인 만큼 비용이 더 들었더라도 원하는 형태로 꾸민 것에 만족한다. 

  

요컨대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취향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많이 쓰는 공간은 어디인지. 어느 공간에 가치를 둘 것인지.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어떤 재료를 좋아하는지 등, 생활에 있어 나의 기호가 일 순위가 되어야 한다. 


타인의 일반적인 기호와 충돌했던 지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 기호대로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만족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지만, 그렇게 나 자신에 대해, 나의 생활 취향에 대해 배워가고 있다. 


첫 셋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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