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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carver Oct 21. 2017

생활의 수고로움

그동안 미처 몰랐던 부모의 은혜

독립 후, 처음 장 보러 마트에 갔을 때의 당혹스러움이 떠오른다.

이제껏 부모님 따라, 친구들과 함께는 가보았지만, 혼자 간 것은 처음이었다. 


소리만 요란한 텅 빈 카트를 끌면서, 

과일값이 이렇게 비쌌던가 생각했을 때. 

뭘 사서 어떻게 조합해서 먹어야 할지 막막했을 때. 

햇반 코너에서 온갖 종류의 햇반과 라면을 집어 들었을 때, 


당연한 듯이 받아 들었던 엄마의 밥상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깨닫는다. 

내가 무심코 먹었던 끼니들이 누군가의 관심이고 사랑이고 정성이었음을. 



부모님과 살 땐, 그냥 하루하루 무심히 지냈었다. 

매일 삼시세끼 나오는 밥상, 꼭 먹어야 한다며 밥 위에 올려지던 제철 반찬들.

서랍을 열면 정리되어 있는 각종 옷가지들, 화장실에 비축된 수건과 옷의 향기들도.

먼저기 굴러다니는 걸 본 적 없는 거실의 풍경도, 내게는 그저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었다.


혼자 살아보니, 그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의 관심과 손길과 노동이 아니면 주어지지 않는 것이라는 걸 금세 깨닫는다. 

삼시 세 끼는커녕, 하루 한 끼도 내 손으로 차려 먹기가 어찌나 번거로운가.. 

빨래를 조금이라도 소홀히 돌리면 순식간에 서랍이 비어버리고,

방은 아무리 쓸고 닦아도 돌아서면 먼지가 부유한다.


이제 내 손으로 일상을 하나하나 챙기다 보니, 

그동안 무심히 외면했던 부모의 손길이 보인다.

함께 사는 동안이라도 편히 지내라고 챙겨주신 마음이 얼마나 큰 수고로움이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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