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했던 인생 취미의 시작.
어느새 손에 칼을 쥔지도 1년 반 정도 된 것 같다.
그 사이에 소소하게 깎은 것들, 차츰차츰 주변을 채워나간 공구들, 그리고 떡하니 생긴 작업실을 보면, 내가 어쩌자고 이렇게까지 했지-하는 마음에 새삼 놀란다. 지금은 엄청난 지출을 자랑하는 취미생활로 변모하였지만, 우드 카빙도 그 시작은 참으로 소박하였다.
코 흘릴 적부터 손으로 하는 걸 좋아했다, 낙서, 그림, 블록, 뭔가를 만지작 거리며 만드는 작업. 그렇게, 가죽이나, 매듭 공예, 퀼트, 펠트, 도자기, 재봉, 비즈 등등 손으로 만드는 건 틈나는 대로 원데이 클래스나 공방 수업을 쫓아다니며 배웠다.
그러나 문제는 무엇 하나에 집중을 못한 채, 체험 목록만 늘어갔단 거다. 뭔가를 배우고 나면, 다른 것이 궁금했고, 금방 질리기도 했다. 그렇게 배운 것들이 집에서 하기에는 공간이나 재료 상의 한계도 많았다. 그렇게 여러 공예 활동을 전전하다가, 몇 년 전부터 문득 뭐든 하나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꾸준히 성취감을 가지고 할 수 있으면서 생산적인 활동이 있으면 좋겠다- 그때 접한 것이 목공이다.
나무가 자연에서 왔다는 것이 좋았고, 만질 때의 촉감이 좋았다. 한 달 동안 입문 수업을 들으면서, 이런저런 소가구를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잘 사용하고 있지만, 결국 든 생각은 기계가 무섭다는 것, 그리고 가구 제작에 드는 목재 비용, 공방에 가서만 할 수 있다는 공간적 제약이었다.
그렇게 얼마간을 방황하다, 나무로 뭔가 다를 걸 할 수 없을까 알아보다 발견한 것이 우드 카빙이다. 칼 한 자루와 나무 조각만 있으면 어디서든 깎을 수 있다는 편안함에 매혹되어 뛰어들었지만, 그 최초의 소박함은 생각지도 못하게 현재의 어마 무시한 지출로 이어진다. 단순하게 깎다가, 좀 더 여러 가지 작업을 해보고 싶었고, 더 효율적으로 깎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많은 수공구와 여러 종류의 나무가 필요해졌다. 집의 한편에서 소소하게 시작한 카빙이 점점 더 많은 생활공간을 차지했다.
아주 넓다고 생각했던 책상에 책 펼칠 공간조차 없고, 나무 부스러기에 찔려서 잠이 깨던 나날 중, 작업실에 대한 꿈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꿈꾸던 작업실은 현실로, 좀더 많은 지출로 소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