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작업실 입주
드디어 입주일이다. 전날 저녁까지도 미처 빠지지 않았던 짐들이, 아침에 가보니 말끔히 정리되어 있다. 약간은 설레고, 약간은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보증금, 첫 임차료 지급을 모두 마치고 텅 빈 작업실에 들어섰다.
이 상가를 선택한 주요한 이유 중 한 가지는, 건물 관리가 잘 되어 있고, 내부 인테리어가 깔끔해서 별로 손댈 게 없겠다 싶어서였다. 카페 같은 사업을 할게 아니라, 개인 작업실이니 최대한 인테리어비를 절감하고, 스스로 꾸미고 싶었다.
그러나 웬걸. 막상 짐을 뺀 공간, 하나하나 들여다보기 시작하니 점점 더 눈에 보이는 것이 늘고, 걱정스러워졌다. 도대체 내가 뭘 본거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
아래는 막상 들어가고 보니 눈에 보이기 시작한 문제점들.
도배 :
맨 처음 하얀색 벽을 보고는 깔끔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짐을 다 치우고 들어가 보니, 하얀 벽은 온통 울퉁불퉁했다. 시멘트 벽 위에 대충 퍼티나 핸디 코트를 얹은 것 같다. 사포로 밀어보니 하얗게 먼지가 인다. 반대편 벽은 일부는 바른 벽, 일부는 벽지로 도배되어 있었다.
벽 :
상가를 볼 때, 벽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벽은 당연히 견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바보스러운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서 보니 렌트한 곳은 처음에는 하나의 상가였던 것을 둘로 쪼개 가벽을 설치한 것이었다. 가벽 설치가 어떤 식으로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선 위/아래 벽에 틈새가 있어서 옆 상가와 마치 함께 대화하는 듯 소음이 넘나들었고, 석고 가벽인지- 벽에 못을 밖으려니 그냥 뻥뻥 뚫려서 아무것도 설치할 수가 없다. 공방인 만큼 벽에 공구를 걸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걸 수 없는 난감함. 반대로 맞은편 벽은 건물 외벽이다 보니 시멘트라 너무 단단해서 못을 넣기 힘든 상황.
조명 :
기존 조명의 바깥쪽에 조명 하나, 안쪽 조명은 바깥 조명 선을 끌어다가 설치가 되어 있었다. 스위치가 두 개니까 분명 바깥쪽 안쪽 조명선이 둘 다 있는 것 같은데, 안쪽 선은 천장에 구멍만 뚫려있을 뿐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다. 안쪽 스위치는 연결선을 아예 테이핑을 해놔서 쓸 수 없도록 해놨다. 천장을 철거하고 재설치하면 찾을 수 있겠지만...
바닥 :
옛날 식의 차갑고 단단한 바닥. 단단하긴 한데, 세월 탓에 군데군데 파이고 시멘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데가 있고, 금 간 곳이 있다. 마루를 깔까 생각을 했지만, 평이 맞지 않아서, 바닥을 올리려면 평도 맞춰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비용과 기간이.
수도 :
수도관인지 모를 관이 벽 천장에서부터 길게 내려와 수도꼭지가 달려 있다. 왜 처음에는 이걸 못 봤을까 싶다. 작업실 안에서 물을 쓸 수 있다니 참 좋다 생각했는데, 놋물이 나와서 이 또한 고민이다. 필터를 사서 끼워보려 시도했으나 사이즈가 안 맞는 불상사가.
천장 :
이제껏 살면서 천장 신경 써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조명이며, 페인트 칠 때문에 천장으로 눈을 돌려보니, 속이 통통 빈 듯하다. 천장이 내려앉을 걱정은 처음 해봤다. 조명 달기가 겁날 정도.
상가와 주거 공간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도 없었고, 고민도 충분하지 못했다. 들어가서 보니 손댈 것 없긴커녕 손댈 것 투성이다. 보통은 상가에 들어갈 때 인테리어를 싹 하고 들어가니까 이런 것이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경우, 개인 작업실로 쓸 거였고, 스스로 해보자는 생각이었기에 고민할 것이 배로 늘어났다. 기본적인 컨디션을 제대로 확인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얼마나 어디까지 고쳐야 할지 어디를 임차해야 할지 더 정확하게 선택할 수 있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