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lowcarver Feb 11. 2019

한겨울의 작업실

난방 고충

기억이 나는 순간부터 나는 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부모님의 아파트에서 독립한 지금은 오피스텔에 산다. 그래서인지 어린시절부터 주택에 사는 친구들을 부러워했고, 여전히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런 나에게 주택에 사는 친구들은 말했다. “한 번 살아봐라 얼마나 추운지.”


추위. 그것은 나에겐 늘 별 걱정이 아니었다. 적어도 집에 있는 순간에는. 아파트는- 올망졸망 모여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높이 짓다 보니 벽이 두꺼워서인지. 또는 붙어있는 여러 집이 동시에 하는 난방의 상승 효과인지- 심지어 난방을 틀지 않아도 겨울에 그리 춥지 않다. (물론 언제나 난방을 틀기는 하지만) 추위를 몹시 타는 나는 겨울에는 가능한 따뜻한 집을 벗어나지 않는다.


진정한 추위란

올 겨울- 작업실은 나에게 큰 시련이었다. 친구들이 늘 해왔던 ‘얼마나 추운지’를 깨닫게 되었다. 작업실은 이를테면 주택과 비슷한 환경인데, 일단 1층이고, 4면 중 3개의 벽이 외부와 맞닿고, 한 개의 벽만 옆 상가와 닿는다. 게다가 바닥은 시멘트. 10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작업실에는 한기가 돌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가을의 한기는 발끝 시림부터 시작해서 온몸을 타고 올라왔다. 앉아서 작업하다 보면 온몸에 추위가 들어 냉장고가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가을부터 난방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전기난로도 들여보고..

처음에는 전기난방기구를 들여왔다. 집에서 쓰던 전기 온풍기를 가져왔으나, 바람이 부는 그 방향만 따뜻했다. 온풍기를 앞에 놓으면 등이 시렸고, 뒤에 놓으면 손과 얼굴이 시렸다. 고민하던 차에, 나의 고민을 들은 친구가 예전에 카페를 운영할 때 매장에서 사용하던 전기 히터를 가져다 주었다. 11월까지는 온풍기와 히터를 양쪽에 틀어놓고 작업을 했다.


단열 뽁뽁이도 붙여보고..

11월 중순에는, 작업실의 통유리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열 뽁뽁이를 샀다. 그 주 주말에 작업실에 놀러 온 친구들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직접 뽁뽁이를 붙여주었다.


등유 난로까지..

12월에는 난방 걱정이 더 깊어졌다. 전기난방기구의 전기세가 엄청 나다는 소문을 들은 데다가, 온풍기와 히터는 근처만 따듯하고 나머지 공간은 냉골이었다. 이동할 때마다 난방 기구를 옮겨가면서 작업했다. 그러던 차에 비슷한 시기에 작업실을 얻은 친구의 조언으로 등유 난로를 구입했다. 캠핑 때 텐트 안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크기도 적당하고 모양도 예뻤다. 생각보다 큰 지출이었지만, 추위에 지쳐 두 번 생각 않고 구입했다.
그렇게 작업실에 들인 등유 난로는 올 겨울 가장 만족스런 소비였다. 처음에는 온풍기, 히터, 난로를 모두 켰지만, 점차 히터를 키지 않게 되었고, 이제는 난로와 온풍기를 켰다가, 온도가 올라가면 온풍기를 끄고 난로만 켜놓는다. 옆에 붙어 있으면 더울 정도. 물론 여전히 발은 시리다. 시멘트 바닥의 냉기를 차단할 걸 깔고 싶지만, 나무를 깎는 작업이다 보니, 매트 같은 걸 깔기도 애매해서 참고 있다.

내 생애 가장 긴 겨울, 그리고 추위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던 겨울이다.(아직 ing) 주택에 사는 친구들이 겨울을 걱정하던 이유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으며, 나의 로망이었던 주택살이에 대해서도 좀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나무를 깎기 위해 시작한 작업실에서 생각보다 많은 일을 겪고, 생각 외의 지출을 하고 있으며, 기대치 않았던 경험치를 축적하고 있다.
겨울, 순식간에 스쳐갈 봄, 그리고 여름은 또 어떠할까.

겨우내 옆에 끼고 사는 아이들
매거진의 이전글 우드카빙 무엇을 만들어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