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나무 GET
나무를 깎아본 사람들은 아는 욕심.
세상엔 참 많은 수종이 있다 보니, 나무를 이용해 작업하는 이들은 자꾸만 이런저런 나무가 갖고 싶다. 나 또한 마찬가지. 카빙을 시작하고 나서, 나무를 구입하기가 어려워 한참 허덕였다. 벼룩시장을 접하게 되고, 나무를 한 두 번 구입해본 후 한동안 나무 쇼핑을 계속했다. 엄청이라고 해봐야 이런저런 종유의 나무 1판, 2판이지만 이것이 쌓여서 10판 20판이 된다.
가장 많이 쓰는 월넛과 체리나무를 비롯해서, 도마재로 많이 쓰는 캄포나 편백, 그리고 퍼플 우드, 장미목, 올리브, 파덕, 참죽, 왠지, 레드하트, 티크, 아쌈, 느티, 산벗, 가문비 등등. 이제까지 구매한 나무 목록을 보니 쭉 읊기도 숨이 차다. 그렇다고 이 나무들을 전부 다 깎아본 것은 아니다. 처음 깎는 수종은 어려움이 많다. 월넛과 체리는 결을 잡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아서 카빙이 수월한 편이다. 그러나 장미목이나 아쌈은 깎으면서 정말 많이 뜯겼고, 올리브는 지나치게 단단한 느낌이다. 그래서 대개는 선호하는 나무를 계속 깎게 된다.
다양한 수종의 나무는 일종의 컬렉션이다. 흔하지 않은 나무. 언제든지 내가 깎아볼 수 있게 손 닿는 위치에 있다는 만족감. 아직 깎지는 않았지만, 한 번씩 결을 만져보고, 이걸로 뭘 깎아볼까 종종 상상하곤 한다.
무려 국산 생-물푸레나무
지난 수업 때,
선생님이 국산 물푸레나무를 여러 개 구매해 놓으신 걸 봤다. 물푸레? 그것도 국산? 그것도 생나무. 호시탐탐 한동이 얻을 욕심이 들었다. 작업실에는 건조목 밖에 없었고, 생나무는 수업 때 단 한번 접해봤다. 이번 수업 때 선생님이 물푸레 작업을 하신 걸 봤고, 나무가 좀 남았을까 싶어, 물푸레 조각을 좀 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작은 토막을 얻어가려 했는데 아뿔싸, 통이 큰 선생님은 꽤나 큰 나무 덩이를 턱 주신다. 들고 갈 수 있겠냐며....
"그럼요, 당연히 들고 갈 수 있죠!!" 공짜 나무가 어디야 당장 들고 가야지 라는 의지가 불탔다. 그래 봐야 크기가 내 몸통 반인데- 무거워봐야- 라는 생각은 채 1분을 가지 못했다. 벌목한지 얼마 안된 생나무인 물푸레는 수분이 많아서 참으로 무거웠다. 지하철을 타고, 2번을 갈아타야 하는 귀갓길이 참으로 멀고도 멀었다. 게다가 토요일 오후- 사람이 만원인 지하철에서 물푸레 나무동이를 안았다 내렸다 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러나저러나 '적어도 후회는 없이' 그 거리를 나무동이를 안고, 이고, 한 주 내내 근육통까지 감수하면서 작업실에 데려다놓았다. 물론, 아직도 물푸레나무는 깎이지 않았고. 나는 종종 나무를 보며 무엇을 만들까 상상해본다. 아직 생나무인 물푸레에서는 약간의 축축한 흙냄새 또는 이끼 냄새 같기도 한 묘한 향이 나서, 마치 숲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한 동안은 깎지 않고 나무향만 즐길 것 같다.
글을 쓰다 문득 벼룩시장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들어가 보았다. 나이테가 고운 나무들을 한동안 군침 흘리며 바라보다 나왔다. 쇼핑을 자제했냐고? 아니. 이미 낙찰되서 다 주인 품으로 떠났기 때문에. 조만간 다시 벼룩 시장에서 광클을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