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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carver Aug 20. 2019

카빙 + 목공 가구(?)

아빠의 주문제작

[거실장 덮개 만들기]


콘센트와 wifi 기계, TV 수신기 등등으로 어지러운 거실장.

고갱님은 그 거실장이 늘 눈에 거슬리셨나보다. (고갱님 = 우리 아버지)

첫 미션. 거실장을 깔끔하게 만들 덮개를 만들어 달라. 거실장과 어울리게 밝은 색깔로!


보기 싫은 물건을 가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단순하게 뒷면과 아랫면이 없는 4면 덮개로 만들기로 했다.

작업 순서는, 사이즈 측정 > 도면 그리기 > 나무 재단 > 샌딩 > 4면 나사 결합 > 나사 구멍 메우기 > 마무리 샌딩 > 오일 마감 > 배달 > 완료

매우 심플(?)하지만, 작업을 하면서 수정/ 추가 과정을 거쳤다.


수정) 동생 왈/ WIFI 기계나 콘센트에 덮개 씌우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서 불나는 거 아니야?

> 그래서 덮개에 통풍이 될만한 틈새를 넣고 다시 도면 작업 (이것이 신의 한 수였다.)


추가) 내가 하고 있는 카빙 작업을 결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앞면에 카빙 무늬 넣기


고갱님의 1차 도면
엑셀로 작성한 최종 도면


처음 나무에 입문했을 때 다녔던 목공방이 있다. 여기서는 한 달 기본 과정을 수료하면 이후에는 공방 회원이 되어서, 자유로이 공방을 이용할 수 있고, 개인이 원하는 가구 작업을 재료비만 받고 도와주신다. 그래서 뭔가 나만의 사이즈가 필요할 때는 이 공방을 이용하고 있다.


선생님과 상의하여 수종은 화이트 오크(참나무)로 하기로 했다. 고갱님이 원하는 밝은 톤의 수종이다.

선생님께서 요청드린 사이즈대로 나무를 재단해 주셔서, 카빙을 넣을 앞면만 개인 작업실로 가지고 와서, 따로 작업을 했다. 


실제로, 모든 과정 중에서 앞면에 카빙을 하는 일이 가장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들었다. 물이 흐르는 듯한 느낌의 물방울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나무 결이 맞지 않아서 원하는 모양으로 파낼 수가 없었다. 중간중간 모양이 어색한 물방울이 있지만 완성해놓고 보니 수많은 물방울 카빙에 묻혀서 크게 티 나지 않았다. 결이 맞지 않아 나무가 한 번씩 뜯길 때마다 얼마나 간담이 서늘하던지. 수정 작업을 하느라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처음에 전면 작업을 할까 하다, 너무 큰 면적이 부담스러워서 물결모양으로 바꿨고, 그나마도 깎다가 힘들어서 물결의 면적을 줄였다. 줄이고 줄였으나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외관이다. ^^;;


완성된 앞면을 들고, 다시 목공방을 방문. 샌딩 후 조립. 목공풀로 1차 접착 후, 드릴로 나사를 밖고, 같은 수종의 나무로 나사 구멍을 메우고, 마무리 샌딩, 천연 오일을 발라 작업을 마쳤다.  


빗 속 택시 질주를 하여, 배달/ 설치(?)까지 마쳤는데, 막상 거실장에 덮개를 얹어 놓으니 문제가 생겼다.  

TN 수신기 중에 일부가 먹통이 되는 것. TV 가 켜지는데 채널이 돌아가지 않았다. ;;;;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풍구 쪽으로 수신기 위치를 높였더니 TV가 무사히 작동되었다. 동생이 통풍구 얘기를 했으니 망정이지 없었으면 무쓸모가 될 뻔했다. 


단순하지만 심플한 가구에 카빙을 결합해서 작업하는 방식이 재미있었고 결과물도 흡족했다. ^^ 

목공방에서


BEFORE    .VS.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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