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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carver Apr 23. 2019

봄날의 작업실

오랜만에 지인의 방문 - 버터나이프 

작업실에도 어느덧 봄이 왔다. 

4월임에도 봄은 오는 듯 마는 듯 쌀쌀하고 바람 부는 날들이 이어져, 등유난로를 끄지 못한 날들이었는데, 지난 주말에는 난로를 켜지 않아도 따뜻한 주말의 오후였다. 햇살이 차름하게 들어오니 작업실의 분위기도 한결 밝고 따스하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지인의 방문을 받았다.

매일매일 함께 지내다가 회사를 옮기는 바람에, 이제는 약속을 해야 볼 수 있는 사이가 된 나의 멘토(!). 그녀와 함께 한 회사 생활이 내 9년 간의 회사 생활 중 가장 편안한 시간이었다. 옮긴 회사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 나의 사는 근황,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그녀는 버터나이프를 깎고, 나는 오랜만에 스푼을 깎았다. 


보통 지인들이 작업실을 방문하면, 2개의 도구를 가르쳐 준다. 일반 나이프와 드로우 나이프. 그럼 둘 중에 선호하는 도구가 생기는데, 이번에는 드로우 나이프를 더 선호한다. 아무래도 팔힘과 악력이 약한 경우에는 양손을 쓸 수 있는 드로우 나이프가 더 효율적인 면이 있다. 디테일하게 깎으려면 결국은 일반 나이프로 마무리해야 하지만. 

한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칼을 쓰는 그녀의 손을 지켜본다. 처음 칼을 잡는 이들의 서툰 손짓이 놀랍고, 낯설 만큼- 이제는 카빙을 시작한 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다. 


꽤 멋진 버터나이프가 완성되었고, 지인도 매우 흡족하고 재밌어해서 함께 한 시간이 즐거웠다. 

짧은 봄이 지나면, 작업실도 꽤나 후덥 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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