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 카빙에 품은 꿈
SECOND JOB
카빙이라는 취미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지금까지 배워오면서 이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 당시 취미생활을 찾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고, 그때의 고민과 질문들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과연 몇 년 더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나는 몇 살까지 삶을 이어갈 것인가. 이따금 100세 시대라는 말을 들을 때면 아찔해진다. 그 나이까지 무엇을 해서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딱히 전문직이 아닌 이상 회사 생활 50을 넘길 수 있을까? 정년이 65세라고 해도 임원급에나 해당되는 얘기고, 안정 직장이 아닌 이상에야 정년을 채우고 회사를 나가는 것은 바늘구멍일 것이다. 그러니 많은 생각이 든다. 결국 어느 시기엔가는 스스로 자립해서 작든 크든 자신의 일을 해야만 할 것이라고.
장밋빛 사업 (?)
카빙을 시작하고 나서, 장밋빛 미래를 꿈꾸었느냐 하면, 전혀 아니다. 난생처음 깊이 있는 취미생활을 하면서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래서 알게 되었다. 수공품을 만들어서는 절대로 돈을 많이 벌 수 없다. 수공품이라는 것은 딱 만든 만큼 만들어진다. 개인의 한정된 시간으로 한정된 소품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서가 핸드메이드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편이 아니다. 이 사회에서 나고 자라온 나부터도 이런 가격이라면 소비까지 이어지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들인 공과 '시간'을 생각한다면,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최저 시급을 뽑는 것도 쉽지 않다.
카빙을 배우면서, 새삼스레 직장생활과 월급의 존재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개인이 자기 일을 하면서 월급만한 돈을 버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더 근거리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아서 정해진 일을 하면서 받는 월급이, 창작의 고통에 몸부림치면 한 땀 한 땀 만든 수공품을 파는 것보단 더 손쉬우며, 더 안정적인 인컴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빙을 통해서 좀 더 도전해보고 싶었던 과제는. 주말 부업이다. 단순히 취미생활을 넘어서서 이 배움을 통해서 다른 일,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알고 싶다. 향후 몇 년 간은 회사생활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없다. 이 또한 카빙을 배우면서 새로이 든 생각이다. 세상 녹록지 않으므로 무작정 뛰쳐나가기는 두렵다. 그리고 무언가를 해보기에는 직장생활을 하는 지금이야말로 수입 걱정 없이 도전해볼 수 있는 시기이다.
카빙을 통해 적어도 두 가지 삶을 꿈꾸어본다. 하나는 먼 훗날의 이야기로, 수입이 줄어드는 대신 소비도 줄이는 삶. 소박하지만 자발적이며, 내면에 좀더 충실한 삶을 일구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주업과 함께 하는 부업. 적어도 수입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side job 이다.
작업실을 빌려서 내 작업 공간을 가지고 나서도 매우 오랜 시간을 그저 혼자 취미 생활을 하는데 멈추어 있었다. 나른하게 조금은 게으르게 카빙을 즐겨왔다. 이제는 좀 더 나아가서. 새로운 일을 해보려고 한다. 경험이야 말로. 가장 값진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