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서 해야만 하는 것들.
38개월/ 18개월 아이들은 나란히 감기 중이다.
이 두 아이가 체질조차도 다른데, 첫째는 목이 약하고, 둘째는 코가 약하다.
분명 같이 살고 있으니, 같은 바이러스에 노출된 상태일 텐데, 첫째는 기침을 미친 듯이 하고, 둘째는 콧물을 미친 듯이 흘린다. 어느 쪽이든 간에 보는 입장은 매우 마음이 불안하다.
첫째 기침이 특히 심해서 의사 선생님이 적극 치료를 하자시며, 기침약(매우 씀)과 네뷸라이저 처방을 하셨다. 첫째는 첫날 약을 한번 먹어보더니, 너무 쓰다, 안 먹겠다며 방방 뛴다. 네뷸라이저도 마찬가지, 무섭다, 냄새난다-며 안 하겠다고 방방 뛴다.
둘째는 약병을 주면 그냥 원샷이다. 쓰다, 달다 (말은 못 하지만) 찌푸린 적도 없다. 누나의 네뷸라이저를 보더니 자기가 하겠다고 입을 갖다 대고 연기가 나오니 신이 났다.
첫째 약 먹이고, 네뷸라이저 하는데 30분. 그 사이에 울고, 불고, 설득하고, 도망 다는 애를 쫓아다니고, 꿀이며, 초콜릿을 먹이고, 난리 부르스를 하는 와중에, 둘째는 약 먹는데 5초.
첫째의 약에 대한 거부는 꽤나 지난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약 먹이기가 정말 힘들어서, 유튜브에 아기 약먹이는 법을 찾아보고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해 봤으나, 약먹이기는 늘 고충이었다. 20개월 즈음인가 그때도 목감기가 세게 왔는데, 약을 안 먹겠다고 울고 불고, 억지로 먹이면 뱉고, 그래서 다시 먹이면 토를 했다. 정도껏 아프면 그래 좀 아프다 낫겠거니- 하겠는데, 그때는 정말 밤에 자다가도 깨서 삼십 분씩 기침하다가 토를 하는 통에 이러다 무슨 일이 나겠다 싶었다. 숟가락으로도 먹여보고, 스포이트, 주사기도 동원해 보고, 갖은 방법을 써서 먹여도 결국 토를 하면 무용지물이었다. 그렇게 약 먹이느라 한바탕 토사광란을 치르고 나면, 네뷸라이저 치료가 남아있었다. 그 또한 설득이 무용했기 때문에, 그냥 우며 발버둥 치는 아이를 잡고 네뷸라이저를 시키는데, 약 먹이고, 호흡기 치료를 하고 나면 기진맥진이다.
하루는 정말 아이 약 먹이는 게 이렇게 힘들 일인가 싶어서, 여동생네 조카아이는 어떤지 물어봤다.(1살 어림) 그냥 약병에 담아주면 알아서 먹는다는 답변에 -거짓말 아냐?- 생각했는데, 그게 딱 둘째다. 약병에 담아 주면 원샷, 남은 약에 물 한번 타주면 또 원샷.
어제는 울부짖는 첫째를 꽉 잡고, 약을 먹이며, 나는 기계다. 감정이 없다-를 속으로 되뇌었다. 최대한 감정 없이 빠르고 신속하게 끝내자는 마음이다. 아이에게 뭔가를 강제하고 싶지 않지만, 건강과 일상생활 규칙 등 아이의 호불호에 상관없이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설득이 통하지 않으면 아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행해야만 하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힘들다. 하는 게 맞는 걸 알면서도, 이게 맞나 다시 의심하게 되고, 그 의심하는 마음을 아이는 안다.
그래서,
1.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의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2. 1에 해당하는 것은 부모가 망설임 없이 설득 > 안 통하면 강행해야 한다.
그런데,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을 정하는 것이 또한 쉽지 않다. 규칙은 적을수록, 간결할수록 좋은 건데, 일단 이에 대해 짝꿍과 진지하게 토론하고 정할만한 시간/ 여유가 이제까지 없었고, 나름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규칙도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이제 첫째가 미운 세, 네 살 구간, 우기기를 시작한 단계라 이제는 정말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짝꿍에게 회의를 요청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