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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carver Sep 03. 2015

일상에 단단히 붙기

구월의 시작



뭔가 퓨즈가 나간 것 같은 하루다. 

해야 할 일들을 자꾸만 까먹는다. 

글을 쓰고 싶지만,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자꾸 놓아지는 정신줄을 단단히 붙들어 맨다.



요즈음 일상이 자꾸만 미끄러지는데.. 

소금이라도 좀 뿌려야 할 것 같다.

이 땅을 단디 딛고 걸음 걸음 하라고.





내가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던 적이 있는데,

이 고민은 25살까지도 계속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툭하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자주 몽상적인 우울에 빠지고, 

어디에든 쉽게 감정 이입하고, 감정 과잉으로 치닫는 나의 정신상태로

어느 한자리에 붙어서 제대로 된 어른으로서 기능한다는 게. 

당시로서는 내게 가능한 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 빵터지지 않을까, 어디론가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이런 저런 미래에 대해 상상과 고민을 뒤섞은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내가 어느덧 나이 30을 넘겼고, 5년 이상 같은 직장에서 일이라는 걸 하고 있다. 

어느 덧 나는 상상하지 않고, 스스로의 사회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그저 하루하루 어찌어찌 살다보니 그렇게 삶이 쌓인다는 걸 알게 되었고,

매일 일하다 보면 직장생활이, 일이 이어지고 생활이 굴러간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가끔.

삐끗 일상이 날아갈 때가 있다. 

해야 될 일도 까먹고, 멍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이제는 정말 상상일 수밖에 없는 상상의 나래를 실컷 펼치고

머리 속을 뒤죽박죽 섞어버리는 나른한 우울들 즐기고픈

사획 속 어른이 되어버린 나를 외면하고픈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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