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섬에서 사는 것과 같은.
어린 시절 - 언젠가 외국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꿈꾸었던 적이 있다.
해외 근무가 필수인 회사에 입사하며, 외국에서 일하는 건 어떤 걸까 상상해본 적이 있었다.
물론 쉬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빠지지 않았던 생각은 폭넓은 경험, 삶의 확장이었다.
그러나 해외생활이 1년을 넘기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마치 섬에 사는 것 같다.
분명 다른 나라, 다른 문명, 다른 인종의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일을 하기 위해 나온 것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많은 한계를 느끼며 생활한다.
긴 근무시간, 업무들, 짧은 주말, 직장인의 피로, 업무용 언어가 되니 더는 늘지 않는 언어 등.
결국 많은 시간을 기숙사에 함께 지내는 동료들과 복작거리다 보니,
소규모의 한국인 관리자 집단이라는- 우리들만의 섬 위에 동동 떠서 살아가는 것 같다.
조금 더 확장시킨다면, 나와 함께 일하는 팀의 현지인 직원들이 포함된 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 해외 근무를 따라나온 가족들의 경우도, (아이들 제외)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특히 주부인 분들은 대개 한인 사회에 귀속되는 경우가 많고, 많은 시간을 그 안에서 할애하는 것 같다.
일을 하다 보면 억지로라도 현지인을 접하게 되고, 공부를 하는 학생이면 학교에서 친해지기 마련이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말이 편하고, 문화가 유사한 집단을 찾아가는 것이 해외에서 적응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다.
(물론 그 한인 집단이라는 것도 상당히 폐쇄적인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이가 들면, 친구 사귀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해외에서 살 경우엔 더욱 그런 것 같다.
성인인 상태에서 해외에 나왔을 경우, 그 나라의 언어를 완벽하게 배워서 현지의 친구를 사귀는 게 쉬울까?
문화의 차이는 배제하고라도, 언어가 완벽하게 구사되지 않는 한 이국인과 편하게 지내기는 힘들 것이다.
나조차도 말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 답답함을 느끼고, 결국 대화 내용은 한정적이 된다.
대화를 편하게 할 수 없다는 답답함은 결국 현지 문화, 현지인과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고,
우리는 안전한 선택, 언어와 문화가 유사한 집단인 - 안락한 섬 생활에 안주하게 된다.
경험의 폭이 넓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인간관계가 묘하게 좁아지는 느낌.
한국에서보다 훨씬 좁은 사회에서 살아가고, 더 한계가 많은 생활을 하는 것 같다.
이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이지만, 이 곳에 살면서도 그들의 다름에 다가가지 못하는 생활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