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발자국. MEXICO CITY.
행운과도 같은 - 니카라과의 독립기념일이 찾아왔다.
14일과 15일, 주말과 붙어있는 연휴이니 이런 큰 기회가 있을까.
빠듯한 3박 4일의 휴일이지만, 해외에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어디든 가고 싶었다.
어디를 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어디든 가고 싶은 것.
정확한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은 막연한 마음과 의지가 언제나 나를 움직여 왔다.
반드시 가고 싶은 곳은 없지만, 그 자리에 있고 싶지는 않았다. 어디가 되었든 가서 걸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항공권을 이리저리 알아보다 예약한 것이 MEXICO CITY. 비행 시간으로 3시간. 딱 적당한 거리다.
예약을 마치고 나니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 위험하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정말 위험할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각종 납치와 살인 사건, 마피아 등의 기사들이 줄을 잇는다.
그래도 이미 떠날 준비가 되었다. 가보기도 전에 겁먹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최대한 조심해서 다니기로 한다.
중미의 선진국. MEXICO &.. MEXICO CITY.
그렇게 조심조심한 마음으로 입국한 멕시코 시티 공항은,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고 넓었다.
기존에 다녀본 살바도르 공항, 파나마 공항, 마나과 공항에 비하면 규모도 배가 넘고, 선진국의 스멜이 느껴지는 공항 분위기였다. 다만, 참으로 느린 서비스, 융통성 없음은 다른 중미 분위기와 비슷하다. 휴가 기간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길어진 외국인 입국심사대. 텅텅 비어 있는 내국인 입국심사대. 부지런히 양쪽을 활용하면 훨씬 빨리 끝날 수 있을텐데 - 언젠가는 줄이 줄어들겠거니 생각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직원들을 보니 속은 터지고 땀은 삐질삐질 이었다.
그나저나 입국심사대 위에 떡하니 붙은 삼성 TV. 밖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데, 저런 풍경을 보면 왠지 마음이 뿌듯해져서 괜히 사진을 찍게 된다.
두 시간이 걸린 입국 심사 후에, 공항에서 택시 티켓을 끊어서 게이트로 나갔다. 멕시코에서 꼭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택시인데, 택시 잘못 탔다가 요금을 바가지 쓰는 일은 부지기수요, 납치를 당하는 일도 종종 있으므로 택시는 가능한 공항 내에서 공인된 택시회사 티켓을 끊거나, 콜택시를 타는 것이 좋단다.
유쾌한 기사님은 언제 왔냐, 처음이냐, 음식은 어디가 맛있다 등등, 내가 절반만 알아들을 말들을 수다스럽게 늘어놓으셨으나, 정작 내가 묶을 호스텔을 찾지 못해서 엄청 헤매셨다. ;;; 그럼에도 불구. 택시에서 내려서 수선스럽게 길 물어보러 다니시고, 주변을 걸어가면서까지 호스텔을 찾아주시는 바람에 팁을 아니 드릴 수 없었다.
간신히 찾은 호스텔은 역시 $11 짜리 호스텔 답게 약간 호젓한 구석에, 그러나 메인 스트릿 거의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호스텔을 나오면 5분 안에,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바로 나온 광장은 한창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멕시코도 16일이 독립기념일이기 때문에 주말을 이용해 기념 행사 같은 것을 미리 진행하는 것 같았다. 노래를 그리 잘 부르는 것 같지 않은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고, 그 뒤는 공연을 준비하는 팀들이 여럿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확실히 멕시코 시티는 중미 내에서 으뜸가는 선진국에는 틀림이 없다. 큼직한 고층 건물들, 깔끔한 대로, 잘 관리된 고건물들, 많은 사람들, 심지어 백인들도 많아서 마치 유렵이나 미국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광장의 바글바글한 인파들 - 너무 오랜만에 본 '군중'이라 사람에 치이는 것조차 행복했다.
워낙 늦게 도착한지라,
약간 걸었을 뿐인데도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혁명 기념탑의 광장을 구경하고, ALAMEDA CENTRAL 공원을 걷다 보니 밤이 되었다. 공원 주변에 즐비한 노점상에서 TACO를 하나 시켜먹고 호스텔로 복귀했다.
사람이 북적이는 거리는 밤이 되어도 무섭지 않다. 비록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과 내가 뭘 시켜 먹는지 어떻게 먹는지 구경하는 눈길들이 부담스럽긴 해도. 마주 보고 미소를 지으면, 뭐가 맛있다 어떻게 먹어라 등 기다 다렸다는 듯 말을 건다. 분명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멕시코 시티, 별명이 고담 시티지만, 그 안에 살아가는 일반 대중들은 순박하고 다정하다. 그렇게 생각보다 덜 무서운 멕시코의 첫날 밤이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