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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carver Oct 07. 2015

휴가 그리고 후폭풍

좋기도 아니 좋기도 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기다려마지 않는 휴가. 


선생님인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나는 한 때, 


왜 직장인은 일 년에 2번을 쉬지 않는가를  궁금해했었다. 



우리 직장인들에게도, 여름 휴가와 겨울 휴가가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나 이제는 생각한다. 1년에 휴가가 2번이면 좋긴 좋을 텐데 좋기만 하지는 않겠다고.

(아니 실제로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규정상으로 있는 휴가를 다 챙겨 쓸 수 있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언제나 바쁘게 쉴틈 없이 돌아가는 업무는 내가 하지 않는다고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다. 


손을 놓고 있는 시간 만큼 그대로 쌓이는 업무에 휴가 전과 후는 정말이지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그래서 휴가 전에는 미리 별일 없도록 업무를 최대한 땡겨서 하느라 바쁘고, 


휴가 후에는 그 간에 밀린 업무를 처리한다고 정신이 없다. 


물론, 휴가 후유증으로 인한 더딘 업무 속도는 덤이랄까.


혹여 휴가 중 또는 직후에 업무 사고라도 생긴다면.. 아, 상상하고 싶지 않다.


휴가 같지 않은 휴가, 휴가의 다른 이름


그랬기에 1년의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사실 가장 정신없이 바쁜 시기는 휴가 전후이다. 


이제 직장생활 6 연차쯤 되니, 휴가지로 노트북을 가져가 틈틈이 업무 메일이라도 체크하는 지경에 달했지만.


휴가를 휴가답게 받아들이고, (지금은 휴가를 업무 폭풍 전야 쯤으로 생각한다.)


여행을 여행답게 마냥 편하게 즐길 수 없는 것이 씁쓸함은- 어쩔 수가 없다. 


어제는 유로피안들이 바글바글 걸어 다니던 거리, 오늘은 서류가 바글바글 쌓인 책상. 이 갭을 어쩔 것인가 -- 


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만큼, 정신이 없다.  



올 해의 휴가가 끝났다. 좋으나 마냥 좋아할 수 없는 휴가지만, 다시 1년을 기다려 보기로 한다. 


내년엔 좀 더 마음 편한 휴가이기를 희망하며. 



덧) 여행지에서 만난 어떤 이스라엘 사람은, 휴가로 1달 동안 여행 중이라고 한다. 

도대체 한 달을 여행해도 문제가 없는 직장은 어떤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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