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기다.
세상에 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었다.
이런 권한을 가지기를 원한 적이 없는데, 어느 새 내 손에 쥐어져 있다.
이 권한을 사용하도록 나는 떠밀리고 있으므로, 이것이 내 의지라고는 할 수 없고,
내 의지와 무관하게 누군가에게 생사여탈권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은 매우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회사의 생리가 그렇다.
언제나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났다.
자기 스스로 떠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떠밀려서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에 있다면, 사회적으로 아직 어린 내게 이런 거창한 권한이 부여될 리 없지만,
해외에서 팀장 자격으로 근무를 하다 보니, 이런 원치 않는 선택도 강요된다.
동의하지도 않고, 납득하지도 못했지만, 회사의 의지라서 해야만 한다.
어떤 사람이 남아야 하는 사람인가를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지금.
내 '자리'에 부여되는 '권한'이 얼마나 껄끄러운 것인가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해외 근무를 나오면서, 누군가의 팀원으로만 일을 하던 내가.
나의 팀을 가지고, '장'의 위치에서 일하게 된다는 것에 기대가 컸고,
비록 나의 첫 팀원들이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외국인이긴 해도 정이 참 많았다.
1년 반의 뿐인 팀장 역할이지만, 내가 간 후에도 그들은 남아 든든한 회사의 기둥이 되길 바랬다.
그러나.
오래 지켜보고 싶었고, 회사에 꼭 필요한 일손이 되길 바랬던 팀원을 내 손으로 내보내야 하는 이 아이러니.
이제 나는 이 자리에 주어진 권한의 이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 자리에 대한 나의 자질을 의심하며....
누구나가 힘을 가지고 싶어한다.
조금 더 높은 자리. 조금 더 권력을 가진 자리. 다른 사람들의 머리 위에 있는 그 자리.
그러나 그 높은 자리의 위에도 언제나 누군가 있고, 힘의 행사는 위에서 아래로. 아래로. 이어진다.
그렇게, 내가 가진 한정적인 힘이 누군가를 쳐야만 한다면...... 아 어쩌지. 오늘은 왠지 그냥. 집에 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