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에 따르라고

공존/이해에 대한 아쉬움

by slowcarver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사는 곳을 벗어나면, 머무르는 곳의 문화와 풍습에 따라 생활하라는 의미의, 매우 오래된 격언이다.


비록 여행은 아니지만, 우리는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 현지의 인력을 동원하여, 이 곳 땅에서.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과연 이 곳 사람들의 문화와 풍습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나 - 회의감이 든다.




여기 사람들은,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생활/ 자기 여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 가족과 지인, 자신의 삶, 여유에 포인트가 있는 것이다.


보통은 인센티브를 많이 주면, 동기부여가 되어 더 열심히 일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데, 여긴 좀 다르다. 인센티브를 받으면, 더 오랜 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나와서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다 쓸 때까지 그저 즐겁게 산다. 그러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일하러 나온다.


자기 계발을 좀 해보라고, 회사에서 지원해줄 테니 공부를 좀 해보라고 권유한다. 그럼, 본인은 지금의 생활과 자신의 상태에 만족하기 때문에 굳이 그런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각 파트에서는 아침마다 출퇴근 인원을 체크한다. 그만큼 무단결근이 잦기 때문이고, 그만큼 자기 기분, 자기 상태에 따라 그냥 일을 안 나오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다. 이 곳에 오기 전에는 회사를 말없이 안 나오는 것은 상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들을 그냥 그런다.


경쟁, 목표 수치, 도달, 치열 - 이런 단어들이 이들에게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어쨋든지 간에 우리는 우리의 목표를 이들에게 주입하고, 우리 방식대로 일을 시킨다.

'빨리빨리' 이것은 우리의 모토다. 이들의 느긋함은 우리의 모토 아래 게으름으로 간주될 뿐이다.


우리가 돈을 주고 이들을 고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강요는 당연한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까지 업무상으로 부딪혔던 사례들, 우리의 업무 방식을 곰곰이 돌아보았을 때,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모르는 것이 아닌가 -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리가 이들에 대해.


그저 우리의 업무 방식을 받아들이라고만 했지. 이들이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

그 업무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일하는 것인지 잘 모른다.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또 이들을 어떤 생각으로 일하고, 어떤 문화, 가치관으로 살아가는지도 관심이 없다.


태만하다. 게으르다. 거짓말을 잘한다. 사과를 하지 않는다 - 는 것이 그들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는 일을 하는데 있어 저해요소가 되는 그들의 단점만을 바라보고 지적하고 있다.

그들의 이런 요소들에는, 인디언 문화와 식민 시대의 경험 등 지난한 역사가 깃들어 있겠지만.

그런 것이 최고의 효율을 만들어 내는데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들은 자신의 회사를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을 어떻게 바라볼까.


나는 이제 궁금하다. 그들의 생각. 그들의 삶. 그들의 역사가.

그러나 궁금해하면 궁금해할수록. 어쩐지 회사가 사람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회의감이 짙어진다.

(단순히 나의 회사뿐 아니라 모든 회사가)


이 곳도 점차로 달라질 것이다. 세계화 시대이니 만큼, 니카라과도 전반적으로 미국 문화를 좋아하고, 따라가는 부분이 많다. 이들도 점차로 돈을 향해, 성공을 향해 달릴 것이다. 자신의 삶, 자신만의 만족, 가족 관계 같은 것보다 물질을 쫓게 될 것이다. 다른 이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고, 가난을 탓하게 될 것이다. 그런 흐름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런 변화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바라보는 마음은 어쩐지 씁쓸하고 헛헛하다. 이해와 공존 따위는 없는 냉혹한 자본 앞에 이들은 조용히 또는 어느 정도는 몸부림 속에 끌려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문득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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