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아니면, 꼭 극복해야만 하는 것일까.

by slowcarver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너무나 다른 환경이니만큼, 그들과 우리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을 하다 보면, 다른 게 틀린 것처럼 생각될 때가 많다.


해외에서 현지인과 일을 한다는 것.

그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게 우리에게는 문제가 되고,

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이 우리에겐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후자는 어떤 게 있는지 사실 모르겠다. 이런 걸 물어본 적이 없으니....)


가령,

상사와 얘기할 때, 주머니에 손을 꼽고 얘기한다.

팀 미팅을 하는데 의자에 눕다시피 앉는다.

상사에게 서류를 전달할 때 한 손으로 준다.

출퇴근할 때 말없이 들어오고 나간다. (물론 마주치면 인사하지만, 자리까지 와서 인사하지는 않는다.)

아무 말없이 서류만 놓고 간다. (내가 빤히 자리에 앉아 있어도)

상사랑 얘기를 하는데 상대방 의자에 팔을 걸치고 기댄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겠지 싶으면서도 묘하게 기분 나쁜 행동들이 있었다.

기존의 관습대로 판단하자면, 저런 태도는 개념 없는 행동이었으므로.

초반에는, 내가 온지 얼마 안 돼서 무시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저런 자세는 그들에겐 별 의미 없는 일반적 태도일 뿐이다.


이들에겐, 상사(JEFE)에 대한 개념은 물론, 위-아래에 대한 구분도 약하다.

상대방을 동등하게 보기 때문에 예의에 대한 개념도 별로 없다.

나이가 많거나 상사라고 해서 무조건 존경해야 된다는 생각도 없다.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대하는 거고, 자신이 편한 대로 행동하는 것이지만,

결국 이런 행동들이 한국인들이 보기엔 상사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한국 관리자들에 현지 직원들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때로는 저들에게 우리의 화가 얼마나 어이없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누군가를 예의 바르게 대했는데, 그게 그 사회에서는 불필요한 것이어서 상대방이 화를 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이가 없을 것이다. 뭐가 잘못됐다고 저런 식으로 화를 내나-생각하겠지.


사소하지만 큰 차이 - 다름의 다름


이런 미묘한 차이들은 정말이지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 큰 차이로 다가온다.

현지 직원 중에는 나에게 한 친밀감과 애정 표시로 내 어깨에 손을 올리기도 한다.

한국 같았으면, 자신의 팀장에게 친밀하다는 표시로 어깨에 팔을 두르지는 않을거다.(결코)

회의 때 많은 직원들이 의자에 푹 앉는다. 정말 거의 누울 정도로 앉아서 얘기를 하고, 듣는다.

가만 보면 회의에 집중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그 자세는 상당히 경망스러워 보인달까.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 더운 나라에, 흔들의자를 내놓고 앉아서 쉬는 사람들을 보면 다 의자에 누워있다시피 한다.


받아들여야 할 것들.


따지고 보면, 다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 곳의 기후, 환경, 이들의 언어, 문화 속에 그 모든 다름의 연원이 포함되어 있다.

한동안 고민을 했다. 과연 이들을 나에게 맞춰야 하는 걸까. 내가 이들에게 맞춰야 하는 걸까.

나는 한 사람이고, 그들은 다수인데. 그들의 나라에서 그들을 나에게 끌어 맞춘다는 게 부당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은 남고, 나는 떠난다는 것이다.

그들은 항상 새로운 한국인 관리자를 받아들여야 할 텐데,

내 직원들이 새로운 관리자에게 어떤 오해든 받게 될 것이 싫었다.


이들 중에도 유달리 적응이 빠르거나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 있고,

그런 이들은 한국인들이 무얼 좋아하고 무얼 싫어하는지, 어떤 태도를 원하는지 금방 캐치한다.

그러다 보면, 업무 능력과는 무관하게, 그런 눈치만으로 자리를 지키는 직원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분명히 일은 잘하는데, 태도가 불손하다는 오해로 회사를 떠나게 되는 직원들도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내 직원들에게 한국인이 바라는 태도를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요라기 보다는 우리에게 왜 그것이 중요한지를 설명해주고, 한국의 예의라는 게 어떤 것인지.


우리에게 다름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넓은 시야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나 단일 민족, 한반도라는 - 어떻게 보면 좁은 시야는 다름에 대한 이해의 폭은 줄여놓은 것 같다.

나 또한 한동안은 이들의 행동에 대해 오해하고, 그 오해 때문에 고민을 했으니 말이다.

타국에 나와 현지인과 일을 하면서도 한국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이들의 행동을 재단하고 제재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쨌든 고용인에게 맞춰야만 하는 이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한국 예의범절 교육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일단은 몇 안 되는 우리 직원들이라도.


우리가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라는 사회에 국한되지 않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다른 환경, 다른 기후, 다른 역사 속의 사람들은 얼마나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더 많은 것이 보게 될테고, 타인의 인생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유연해질 테니 말이다.

다른 것이 틀리게 보이지 않는 시야를 가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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