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에는 건강하게
요즘 니카라과는 아침과 밤은 쌀쌀하고, 낮은 똬약볕이다.
일교차가 상당히 큰 편이라 주변에 감기 걸린 사람이 많았는데,
연말 즈음 목이 시큰거리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고뿔이 오고야 말았다.
한 해가 끝나는 아쉬움에 밤새 논 탓도 있겠지만,
쉬고자 했던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상은 하루하루 점입가경이다.
눕기만 하면 가래 때문인지 기침에 구역질.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제대로 못 자는 날이 하루하루 늘어날수록, 증상도 하나하나 추가되고 있다.
한국 같았으면 병원에 가서 쎈 주사 한방 맞고, 조제한 약을 먹고 쉬면 나을 텐데.
여기 니카라과에서는 그게 참으로 요원한 일이다. 제일 비싼 병원을 감에도 불구하고.
CASE 1. 복통으로 병원.
몇 가지 이런저런 검사를 한 후에, 이름이 무지 긴 무슨 바이러스라고 진단.
링거를 한 3개는 꼽고, 3시간 동안 응급실에 누워서 비몽사몽 잤다. 그러고 나서.
약이라고 준 것이 비타민 음료(치료용), 무슨 시럽포, 알약 하나. 전부 일반 상용약.
이렇게 진료받고 약 사는데 $350. (응급실)
약 먹어도 효과가 없어서 4일을 더 아픈 후에 자가 치유. ;;;
CASE 2. 목감기.
마찬가지로 검사. 링거 하나 꽂아주고. 목이 안 좋은 것 같다고.
일반 상용약 하나 처방해주고, - 만사니아 차를 많이 마실 것. - 이라는 처방전을.
마찬가지로 진료비는 $300 가량. (응급실)
병원 갔다온 후로 증상이 심해지다가 차 열심히 마시고 4일 후 자가 치유. ;;;
뭐 그 외에도 여러 케이스가 있겠으나, 동료들 중에 병원 가서 효과 본 사람을 못 봤다.
본인의 병명만을 알았을 뿐. 그런데 그 병명도 의사 아닌 후에야 뭔지 알 수 없는 복잡한 명칭.
그렇다. 이곳의 병원은 약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 진단 자체에 비중을 둔다.
어떤 바이러스, 어떤 병명이다. 엄청 어렵고 긴 명칭이 쓰여 있지만, 처방은 단순하다.
뜨거운 차를 마실 것. 물을 많이 마실 것. 그냥 이런저런 알약. 겔포스 같은 포. 비타민 음료.
처음에는 뭐 이런 경우가 있나 싶었다.
병원 가서 그렇게 비싼 돈을 내는데 조제된 약이 아닌 일반 약을 주는 것도 그렇고.
약 가짓수도 얼마 안 되는데 약 먹는다고 낫는 것도 아니니 도대체 병원을 왜 가나.
한국 병원이 참 그립기두 했다. 주사 한방. 약 두세 첩이면!.
그러나 지금 문득, 우리가 너무 강제로 낫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병이란 몸에 무리가 와서 고장이 나는 건데, 각종 약을 투입해서 강제로 회복을 시킨다니.
몸이 병을 부른 이상, 병을 이길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여유 없는 직장생활에 맘 편히 쉴 수가 없어, 아플 땐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고,
감기가 올 기미, 또는 감기 초반 증세만 생겨도 득달 같이 병원에서 약을 조제받아 왔다.
여기서는, 병원을 가려면 1시간은 나가야 한다.
그리고 약의 효과를 알기 때문에 굳이 병원을 가지 않는다.
목이 붓고 슬슬 아프기 시작한 것이 이제 8일째. 나을 듯, 낫지 않는 몸상태를 보며,
내 몸의 어디가 문제일까- 자문을 해본다. 괜찮은 건가, 무엇이 필요한 걸까 생각해본다.
평소 먹는 걸 귀찮아 하지만 요새는 무얼 먹어야 감기가 떨어질까 고민하면서 밥을 먹는다.
낮에는 감기 기운 때문인지 정신없이 졸린 와중에 일을 하다 말다 하고 있지만. 이런 시간들.
낫기 위한 시간들, 치유의 여정이. 새삼스레 다시 보인다. 고생을 하면서도 가치 있게 느껴진다.
물론, 안 아픈 것이 가장 좋은 거지만.
아플 때는 아픈 나를 위해 낫기 위한 시간과 여유를 주면 어떨까.
2016년은 건강한 한 해가 되기를 *^_^*
덧> 나을 때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골골하다가
주변인의 권유로 맥주를 마시고 잤더니 잠이 잘 온다. 알콜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