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빈곤과 풍요 사이.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

by slowcarver

니카라과에서 살다, 한국에 오면서 확 달라진 점?

가장 피부에 와 닿았던 것 중 하나가 소비의 대상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것이다.


극심한 빈곤이 절대적 풍요로 바뀌는 순간이다.


니카라과에 있던 때, 주로 애용했던 쇼핑몰은 수도인 Managua에 있던, Galeria와 Metrocentro라는 2층 짜리 복합 쇼핑몰이었다.

복합 쇼핑몰이라고는 하지만, 이래저래 사용할 일 없는 상점을 다 빼고 나면 들어가서 구경할 만한 곳은 별로 없었다. 쇼핑몰 내 유일한 백화점인 Siman도 의류의 품질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어서, 왠지 이 돈 주고 구입하긴 망설여지는 가격이었다. 그래서 주로 애용하던 곳이 Mango. 쇼핑몰 구석에 위치한 망고 매장이 거의 유일하게 옷을 구매하던 매장이다.

모두가 거기서 옷을 구매하다 보니, 같은 옷을 구매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누가 무슨 옷을 새로 샀는지 유심히 관찰해야 해서 서로의 소비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기도 했다. 새 옷이 들어올 때가 되면, 쇼핑몰을 찬찬히 돌면서 살 것이 있는지 없는지 꼼꼼히 보곤 했다. 물론 대개는 웬만큼 필요하지 않으면 아예 사질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가, 눈 스프레이를 구하려 다녔을 때.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흔한 스프레이인데, 몇 개 안 되는 마나과 파티 샵을 전부 돌아도 구할 수가 없었다. 결국 구매 포기. 눈이 없는 나라여서 그런지 어디서도 구할 수가 없었다.


애용하던 니카라과의 쇼핑몰은 이제 확장 공사를 진행해서 구매 욕구가 생기는 몇 개의 의류 매장을 더 구비하게 되었다. 2층짜리인 이 쇼핑몰이 니카라과에서는 가장 큰 쇼핑몰이며, 이 안에서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고 밥도 먹고, 소비도 한다. 물론 여러 가지 행사, 이벤트까지도.

20151213_150334.jpg 크리스마스의 시망, 온통 트리 장식.


한국에 들어와서 처음 홍대엘 갔는데, 화려한 쇼윈도와 줄 지은 상점들에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홍대는 내가 떠나기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아주 많은 것들로 꽈악 차 있었다. 빈곤한 니카라과의 쇼핑몰을 돌 때는 한국 생각이 참으로 간절했는데, 막상 한국에 와서 수많은 상가와 물건들을 보니, 살 마음이 안 드는 건 왜일까. 홍대에 겁을 먹은 후로, IFC 몰도 잠실에 새로 생겼다는 롯데 쇼핑몰도 아직 갈 엄두를 못내고 있다. 내 눈은 아직도 간소하다면 간소한 니카라과의 시장에 익숙해 있고, 이 화려하고 넘쳐나는 한국의 몰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데 이렇게 많은 것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찾게 된 물건들, 내가 이제껏 구매했고, 소유하고 있던 것들. 많은 의류 등등을 다시 쓰게 되었지만, 자주 입는 옷도 자주 사용하는 액세서리도 몇 종류에 불과하다.

운동화가 하나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쩐지 거리에 나섰을 때, 도대체 어느 상점으로 들어가서 골라야 할지 생각을 하면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1년 내내 하나의 계절이었던 곳,

작은 옷장을 하나 채우는 정도의 옷과, 몇 켤레의 신발이면 충분했던 단출한 생활.

가끔 기분 삼아 원피스를 사기 위해 MNG를 샅샅이 살펴보던 짧은 시간들.

그 생활이 지금은 좀 그립다.



20160123_170428.jpg 니카라과에서의 거의 유일한 문화생활. GALERIA 이벤트 공연 보기.
20160123_170941.jpg 이제는 이곳 쇼핑몰도 많이 확장되서 규모가 제법 크다. 그러나 한국에 비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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