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에 여유가 좀 있다면 좋겠다.
요즘,
한국에 돌아와서 식당을 다니다 보니,
그들의 친절함과 엄청난 속도에 문득 니카의 한 CAFE 가 떠올랐다.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MASAYA에 갈 때 종종 이용하고는 했던 NANI.. 어쩌고 하는 CAFE 였는데. 그곳에 가면 항상 나의 주문을 받아주던 점원이 생각난다.
처음엔 자리에 앉아있길래 점원이 아닌 줄 알았는데,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더니, 쓱 일어나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무려. 주머니에 손을 꼽고.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과 상냥한 미소를 지은 채.
메뉴판을 받아 들며 약간 당황스러웠다. 뭐지 이 태도는..?. 그러나 그 얼굴에는 어떤 불쾌함도 없었기에 그의 친절을 의심할 순 없었다. 짝다리를 짚고, 한 손을 주머니에 꼽고 주문을 받는 태도가 참으로 자연스러웠다. 주문을 받은 그는 다른 점원들과 수다를 좀 떨다가, 다시 아까의 테이블로 돌아가 앉았다. 주문한 것이 나오니 다시 느긋하게 가서, 여유로운 태도로 서빙을 해준다. 어떤 조급함도 서두름도 없이.
내가 그 카페를 갈 때마다 그는 그렇게 자연스러우나 예의 바르지는 않게 보이는 태도와 친절함을 두루 갖춘 채 서빙을 하곤 했다.
그리고 나는 어찌나 그런 서빙에 익숙해졌던지, 한국에서 식당에 갈 때마다 어쩐지 부담스러워지는 기분이다. 예전에 읽었던 감정노동에 대한 책의 영향도 있지만, 한결같이 각 잡히고, 입꼬리가 끌어올려진 사무적인 친절함을 보면, 주문이 어렵기만 하다. 그리고 서비스는 또 얼마나 민첩하고 재빠른지!!.
한때는 해외에서 접하게 되는 서비스의 무심함 또는, 느림에 화를 내곤 했지만, 일단 거기에 익숙해지고 나니 이곳에서의 서비스가 강요된 듯한 느낌, 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적어도 그 여유 있는 서빙에 있어서는 인간적인 호의가 느껴졌는데,
여기서는 도무지 편안한 느낌이 들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사무적으로만 대한다는 느낌이다.
꽈악 조여진 느낌. 긴장으로 팽팽한 분위기. 그런 것들이 좀 더 풀려.. 여유가 있다면 좋을 텐데.
니카라과에서 익숙해진 느릿한 발걸음 때문에 항상 뒷사람에게 추월당하고 마는 요즘의 나는.
제발 내가 서울의 속도에 익숙해지지 않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