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 중독'이(였)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워낙 좋아했던 나였지만 그 중에서도 게임에 굉장히 빠져 있던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시기라는 것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다시 찾아오기도 했다. 게임이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스스로 중독이라고 판단했던 시기만큼은 게임이 재밌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나에게 '중독'이란 방어기제 '회피'의 극단적인 발현이기 때문이다. 담배나 마약같이 물리적인 중독성에 의해 '자기통제력'을 잃어버리고 중독 상태에 빠지는 것이 아닌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 스트레스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의존적으로(혹은 습관적으로) 빠져드는 중독 상태였기 때문에 게임에 맹목적으로 몰입하려고 애쓰고 있었고, 그렇게 하는 게임이 재미있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게임이 재밌어서 즐기고 있을 때와 게임 중독으로 게임을 하고 있을 때의 차이는 명확하다.
첫 번째는 감정이 다르다. 즐기고 있을 때에는 게임의 다음 스토리가 궁금하고 설레어하며 게임을 켜는 것이다.
게임 중독으로 게임을 하고 있을 때의 감정 상태는 강한 스트레스로 인한 짜증과 분노 그리고 무기력감이다. 왜냐하면 직면한 문제를 여전히 그대로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함께 안고 있는 것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 문제를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분명하게 지니고 있고, 보통 그렇게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가 아닐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그 압박감을 끌어안은채 게임이라는 회피적인 선택을 함으로 인해 좌절감에 빠지고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 두 번째는 '자기통제력'의 유무이다. 게임을 즐기고 있을 때는 '시간'을 내서 게임을 한다.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할 생각으로 시간을 내기도 하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게임이 즐거워 시간을 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것(나에게는 게임)을 소재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하는 것만큼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것도 없을 것이다. 반면 게임 중독이었을 때에는 '중독'이란 병리적인 타이틀이 붙어있는만큼 '자기통제력'을 잃은 상태이며 습관적으로 게임을 켜고 있을 경우가 100%였다. 그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스트레스의 영향이 아주 크다. 여유 시간이 생길 때마다 다가오는 스트레스들로부터 회피하여 몰입할 것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몰입할 매체가 내게는 '게임'이었던 것 뿐이고, 다른 누군가는 그것이 '술'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무언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통제력'을 되찾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인 스트레스의 원인들을 마주하고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말이야 쉽지 실제로 당사자들에게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나의 경우는 '중독'='무기력'과 같은 의미였기 때문에 머리로는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 해야되는 일에 대해 떠올려보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그 결과에 좌절하기를 반복하는 총체적 난국의 상태이었던 경우가 90% 이상이었다.
만약 조력자가 있으면 좀 더 힘이 되었을 테지만 이런 나의 모습을 보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한심하다며 비난하는 경우가 참 많았던 것 같다. 많지는 않지만 그 동안 진행했던 상담 케이스들을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문제 인식과 비난하는 일이 그들의 삶에도 함께 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면서 관심과 애정의 표현들이 다들 서툴고 거칠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대로 드물게 따듯하지만 맹목적인 위로를 건네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그 때 당장에는 듣기 좋더라도 사실 이것 역시 '독'으로 작용할 때가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조심해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금의 내 상태에 대해 '괜찮다'며 '자기 기만'을 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기 기만'은 방어기제에서 '왜곡'을 사용하는 경우이다. '왜곡'은 현재의 상황들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왜곡하여 받아들이는 방어기제이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게 있어서 '자기통제력'을 찾는다는 것의 의미는 상태이상 '무기력'으로부터 회복을 의미하기에 회복을 위해서는 나 자신과 끊임없이 싸워야만 한다. 앞서 말했듯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나가는 과정에서 좌절을 경험하게 되지만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도전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단번에 한 걸음 크게 내걸으려고 하기보다는 별 의미는 없더라도 일단 작은 발걸음을 떼어 걸으며 서서히 '무기력'으로부터 벗어나 '자기통제력'을 되찾아나가야만 한다. 오늘 무사히 한 번 행동에 옮겼다 하더라도 내일은 다시 넘어지는 마치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기와 같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또 나아가야하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심적으로도 소모되는 에너지가 크다. 때문에 '문제 인식'을 바로하고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굳게 다지는 것은 물론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그려놓아야만 한다. 목표가 명확하지 못하면 다시 넘어진 채로 길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데 성공하는 것을 나는 '성장'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살다보면 정말 드물게도 단번에 큰 걸음을 내딛게 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한다. 그 경우는 바로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찾고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갈 의지가 굳건한 상태로 바로 그 방향으로 단숨에 나아갈 수 있는 환경조건이 주어졌을 때이다. 이러한 상황을 사람들은 '기회'가 찾아왔다고 이야기하며, '기회'를 잡는데 성공하면 단숨에 큰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