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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수동에서 안녕한가_성수동주민이 바라보는 성수동

성수동 주민이 바라보는 성수동_젠틀리피케이션_까페거리_스타벅스_


2014년 말, 나는 처음 성수동을 찾았다. 당시 신혼집이 위치했던 곳은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옆 건물. 이희호 여사님이 살고 계시는 저택을 지키는 의경들이 나의 신혼집 코앞에서 24시간 철통경호를 서고 있어 난생 처음으로 세금 낸 보람을 느꼈던 곳이다.


하지만 당시 아내의 직장(잠실)과 곧 이직하기로 되어있었던 나의 새 사무실(서초동)이 위치한 곳에서 동교동은 너무나 멀었고, 강남권에서 조금 더 가까우면서도 저렴한 곳을 찾아 헤맸다.

세달간 이곳 저곳들을 헤매던 내 눈에 들어온 곳이 바로 성수. 이후 지금까지 우리 부부와 선율이는 성수동에서 살고 있다.


얼마 전, Hiba Kim과 우리의 성수동 최애맛집인 한서칼국수를 점심으로 먹고, 대림창고를 지나 까페자그마치를 지나 성수동 어니언으로 향하던 중, 발견한 거대한 스타벅스 간판을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스타벅스 특유의 초록색 간판이 아닌 은은한 브라운색감을 사용한 거대한 스벅 간판 아래에는 마치 이 매장이 수년 전부터 여기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처럼 매장안이 손님들로 꽉 차있었다.


'스타벅스 이것들은 어디에 매장을 내도 어떻게 이렇게 잘되냐..다른 까페들은 손가락 빨고 있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이제 성수동 이 골목에도 돈 좀 있는 기업들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겠구나... 재미난 친구들은 조금씩 떠나가겠네'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이미 젠틀리피케이션은 진행중이다. 기존에 이곳에 터잡고 있던 정비공장, 피혁공장 및 구두공장, 인쇄소 등은 돈다발을 들고와서 대림창고나 까페어니언처럼 공장느낌의 까페를 만들어보겠다는 덤비는 젊고 감각있는 부자들에 의해 임대료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대로 높아진 건물주들의 압박에 하나둘 떠나고 있고 머지않은 미래에 그들은 임대료를 이기지 못하고 이곳을 떠나게 될 것이다.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373940#cb



젠틀리피케이션도 문제지만, 성수동 내의 심각한 양극화도 문제이다. '성수역-뚝섬역-서울숲역'까지가 행정구역상 성수동이라고 불리지만, 이미 강남보다 더 비싸다는 서울숲 쪽은 갤러리아포레를 필두로 최고가 주상복합아파트들이 자리잡고 있거나 분양을 진행중이고, 그들만의 섬을 형성하고 있다. 성수동의 변화를 매일매일 보고 몸으로 겪고 있는 주민으로서, 이 곳이 기사에서 언급하는 '잔인한 돈 냄새'만 자욱한 곳으로 바뀌지 않길 바란다.


앞으로도 계속 성수동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부부는, 그리고 선율이는, 성수동에서 안녕할까.


성수동 주민으로서 꼽는 장점으론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역시 교통이다. 2호선 성수역, 뚝섬역이 편리한데 분당선이 이어져 있는 서울숲역이 있어 더 편리해졌다. 또 영동대교만 건너면 되는 청담과 삼성이 길만 안막히면 10분내로 이어진다. (물론 영동대교의 정체는 항상 문제다.)


또 이마트 본점이 이곳 성수동에 위치해있다는 점은 성수주민으로선 참 편리한 점이다. 또 건국대병원과 한양대병원이 옆에 있어 종합병원 접근성이 좋다. 또 서울숲이 그들만의 리그이긴 하지만 산책하거나 아기들이랑 놀러가기가 좋고(다만 주말은 시장바닥이라 생각하면된다. 서울숲은 평일에 가야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다.), 또 아기자기한 까페들, 스타트업기업들의 오피스들, 전통의 맛집들(성수족발, 소문난감자탕, 한서칼국수, 재주식당 등)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현실.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선율이 교육. 지극히 평범한 '보통 어린이집' 대기만 1년 6개월째하다가 지난주 수요일에야 세살된 선율이는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갔다. 성수동의 교육적 인프라는 이렇게도 열악하다.

선율이 등원 첫날.


또 다른 고려 요소는 성수동의 매력. 성수동의 변화를 몸소 겪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는, 이 곳이 떠나기 싫은, 독특한 매력을 가진 곳으로 바뀌어나가길 바라는데, 아직까지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일부 긍정적인 시그널들이 감지되기도 하지만, '삭막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고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는 느낌도 드는듯.


무튼, 고민이 많다.


우리집이 위치한 성수동 뒷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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