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와 신간에서 찾은 좋은문구
BASF 법무팀에서 퇴사하고, 퇴사 2년 전부터 준비했던 성수동 인생공간을 오픈했다. 또 한 편 협상교육을 위한 교육법인을 설립하고 협상스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 즈음 많은 분들이 물어봤던 질문이 바로 “변호사가 왜 그런 일을 해요?”였다.
돌이켜보면 그 때는 이 질문 자체가 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스스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시기였고, 나 자신도 직업적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가 안되어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서초동에서 변호사 업무를 하고 성수동에서 또 다른 일들을 병행하면서, 그 병행된 일들이 주는 스트레스 보다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을 찾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시기였다.
2015년 연말 즈음, 신문지면에서 ‘출판사 에디터들이 추천하는 올해의 책’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고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에 적힌 문구들은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에 많은 힌트를 주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일의 세계에 발을 들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는 단 하나의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 내가 찾은 나름의 해결책은 내 일을 포트폴리오처럼 꾸려가는 것이다. 일에 대한 서로 다른 욕망들을 이해하고 그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과 균형을 이뤄줄 일거리의 조합을 만들려고 애쓴다….각각이 일종의 ‘일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일하는 삶 전체에 걸쳐 그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고자 노력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라는 문구였다.
이후 나는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를 해명하는데 힘을 빼기 보다는, ‘내가 하고있는 일들 사이에서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최적화시켜서, 나의 직업적 만족도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나갈 수 있을까’의 관점에서 고민하며 일을 해나갔던 것 같다.
우연히 제현주 작가님이 페북에서 활동하는 것을 알고 친구신청을 했지만 실제로 만나뵌 적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달에 참여했던 Rework Conference 2018 소개 페이지에서 제현주 작가님의 새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냉큼 책을 구매했다. 무슨 책인지도 모르고 4권을 구매하며 몇몇 선물하고 싶은 분들을 떠올렸다는 것은, 전작이 주는 깊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일하는마음
제작가님의 신간 ‘일하는마음’을 읽다보면, 작가님 본인이 일을 하면서 축적해온 경험들을 소재로 자신의 생각과 태도, 감정, 가치관, 상상력들을 솔직한 마음으로 적어 둔 ‘일에 대한 일기장’을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내가 이걸 읽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래는 이 책에서 발견한 기록해두고 싶은 문장들.
“대개 배움의 열쇠는 애쓰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 명료하게 생각하는 데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뛸 수 있는 1킬로미터에 집중하는 거였다.”, “나의 지성이 집중해야할 지점은 한 발을 잘 내딛는 것이다. 성장은 한 발들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 닿을 수 없는 결과물이다.”
“내 의견에 반대할 사람을 줄이기보다는 내 의견에 동의할 사람을 늘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미래를 그릴 때 현재를 그대로 연장하는 대신, 여지를 많이 두는 힘을 기르고 싶습니다.”
“결국 깨달은 것은 기존 서사의 압력을 이겨내고 우리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나는 애호하는 사람들에게만 열리는 겹겹의 우주가 있다는 걸 ‘안다’. 믿는 것이 아니라 안다. 그리고 나의 그 우주 안에서 깊은 안정감을 느낀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답들을 서로 연결하여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서사가 유동하는 정체성을 붙들어주는 하나의 정박지가 된다.”
“나는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성을 어떻게 갖추느냐보다는 자신만의 탁월성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맥킨지라는 모범생 조직 안에도 교복 입은 학생 같지 않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딱 보면 알 수 있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정말 멋있게 보였는데, 나와 뭐가 다른가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풀고 싶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하더라고요. 탁월하게 일을 하기 위한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죠.”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책임을 짐으로써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 하시는구나 싶었다. 염치를 차리며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 테다.”
전작인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에서 나를 사로잡은 단어가 ‘일의 포트폴리오’ 였다면,
이번 신간 <일하는 마음>에서 나를 사로잡은 단어는 ‘자신만의 탁월성’이다.
큰 그림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하나로 엮어지는 묵직한 서사를 형성해 나가면서도, 일을 함께 하는 그 순간 순간에 탁월함이 번득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탁월성은 경험과 고민과 태도가 일치할 때 형성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올 한해 남은 한달을 잘 마무리하고 2019년에는 폭넓게 경험하고 깊이있게 고민하며 절실한 태도로 일하는 ‘나’ 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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