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친구_깊은숲속작은공간_양평_
돌이켜보면 내게있어 관계의 질은 대화의 질로 규정되었던 것 같다.
불편한 대화가 반복되는 사람은 불편한 관계이고,
과거의 이야기를 반복하게 되는 사람은 과거의 관계이다.
미래만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게 되는 사람은 아직까지 현재의 긴밀함은 없는 관계이다.
앉자마자 일 이야기를 퍼부으며 자기가 대화의 80% 이상을 포식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내 시간을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문제더미를 이고지고와서 질문에 질문을 스무고개처럼 해나가는 사람은 필요한 것을 얻으러 온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제 저녁 친구와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폭풍같은 한주를 보내고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쳐있는 상태였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틀어놓고 해질녘 먼 산을 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극히 사소한 서로의 감정들, 일상의 생각들, 앞에 보이는 구름과 뒤에 보이는 구름의 색깔이 다르다는 이야기, 맞은편 산의 생김새에 대한 이야기, 음악에 대한 이야기, 휴가에 대한 이야기.
물리적인 시간과 정서적인 시간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 했는데, 10분도 안되는 잠깐 둘만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동안 지난 일주일의 피곤함이 씻겨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현 상태에 대해 5분 브리핑을 하지않아도 되는 대화, 그 어떤 꾸밈이나 거창한 말을 하지않아도 되는 대화, 자신의 비전과 큰그림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대화,
'그냥' 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는 대화. 지극히 사소한 대화가 자연스러운 관계. 내 감정과 내 일상속 생각들을 '툭' 하고 이야기해도 아무런 불편함이나 어색함이 없는 대화. 그 사람의 과거와 그 사람이 처해있는 현재의 환경과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주위 사람들이 다면적으로 이해되어서 어떤 이야길 해도 그 사람이 현재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가되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 서로에 대한 조언이 애정에 기반을 해서 아무런 오해를 일으키지 않는 대화.
그런 대화 속에서 깊은 정서적 만족감을 느끼고 그런 대화가 가능한 관계에서 편안함과 함께 유대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