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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을 되돌아 보며

올해 나의 한해는 어땠는가..

숨가쁘게 달려온 2019년이 이제 3일도 채 남지 않았다.

다행히 연말에 한이와 일정을 맞추어 휴가를 낼 수 있어, 홍콩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뒤 지금은 발리 우붓으로 와서 남은 연말을 보내고 있다. 사실 첫째 선율이는 Made in HongKong이다ㅎㅎㅎ 5년전 BASF 홍콩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선율이가 생겼고 그래서 선율이의 태명은 '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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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홍콩을 생각하면 멋진 마천루 사이에 자리잡은 정겨운 골목골목들이 떠오르고 수많은 로컬맛집들과 다정한 사람들의 기억에 그리움 한 가득이었는데, 올해에는 비극적이고도 슬픈 홍콩 소식들이 너무 많이 들려서 마음이 안좋았다. 100년을 영국령으로 살아가며 홍콩만의 사고방식과 생활패턴을 형성해온 그들에게 중국정부가 강요하는 전혀 다른 가치와 강압적인 방식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견디기 힘들 것이라 생각된다. 어디가 끝일지 모르는 이 전쟁같은 상황이 어떻게 수렴될지 걱정이 많이 된다.


올해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되돌아 보고 있다.

기존에 내가 꾸준히 해왔던 일들, 그리고 새롭게 하게된 일들로 나누어 스스로 간단히라도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내가 꾸준히 해왔던 일들


1. 기업법률자문

법무법인 율본의 듬직한 변호사님들과 함께 우리는 기업법률자문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콘텐츠/화장품/마케팅 분야의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많이 하였는데, 콘텐츠를 다루는 스타트업 기업인 야나두, 세바시, 트레바리, 아보그라운드 등을 자문했고, 화장품 업계의 스타트업인 위시컴퍼니와 콤비네이션비, 어셈블뷰티, 마케팅 업계의 스타트업인 지우컴퍼니, 파우컴퍼니, 리뷰쉐어, 시지온, 여행에미치다 등을 자문했다. 그리고 제조업 및 건설업계에서 아이엘사이언스와 혜인종합건설, 크린텍 등을 자문해왔다.


오랜 기간 함께 해온 자문기업 중 에듀테크기업인 야나두는 카카오키즈에 흡수합병되어 IPO를 추진할 계획이며,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한 코스닥 최연소 상장을 이끌어낸 아이엘사이언스 송성근대표는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개별 사건으로는 경영권분쟁 사건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장 많이 다루고 있으며, 합작법인 설립부터 운영 및 해산 과정까지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고, 임원의 퇴직금지급 분쟁 사건도 계속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건형태 중 하나이다.


좋은기업에서 위대한기업으로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대표님들 및 실무자들과 함께 법률 리스크를 진단하고, 발견하고, 해결하고, 예방하는 일은 내가 오랜기간 해온 일이며 무척이나 보람된 일이다. 2020년에는 자문기업 대표님들이 시기적으로 그리고 유형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률리스크를 사전에 예상하고 진단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법률리스크진단KIT를 기획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더 많은 자문기업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에 의한 법률자문이 가능해지길 기대한다.


2. 기업협상교육 및 협상자문

2019년은 비즈니스협상전략그룹(BNSG)의 협상교육 컨텐츠를 통해 많은 기업과 협업을 한 한해로 기억된다. 한해를 뒤돌아보니 올해 365일 중 120일 동안 협상교육을 진행했고, 1년간 총 575시간 동안 협상교육을 했으며, 1회 당 평균 4.8시간의 강의를 진행했었다. 3시간 미만의 특강보다는 4시간 이상의 워크샵 형태의 교육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커스터마이즈된 커리큘럼과 케이스를 기획해서 조직 전반에 걸친 협상력 강화를 도모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양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협상교육컨텐츠가 많이 성장했고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의미있었던 도전은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던 삼성글로벌매니저(GMC)과정의 영어 강의였었다. 각 국에서 GM으로 일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4시간 과정으로 3차수에 걸친 협상과정을 진행했었는데, 역시나 첼린징했고 힘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매번 만족도는 90점 이상으로 좋게 나왔으나 개인적인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2020년에는 조금 더 정제된 영어 협상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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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앞두고 고민하는 부분은 어떻게 더 확고한 유니크굿포인트를 만들어낼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이다. 베스트셀링 모듈인 8시간/16시간 기업협상워크샵에 2시간 이내로 본인의 협상및설득 유형과 강/약점을 파악하고 커스터마이즈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는데 이를 어떤식으로 구현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3. 성수동 인생공간

2016년에 오픈한 코워킹스페이스 성수동 인생공간에서 나는 지난 3년동안 다양한 커뮤니티, 인생쌀롱, 북클럽 등을 운영해왔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인생공간은 코워킹스페이스로서의 BM에 집중하게 되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의 한계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것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성수동 인생공간은 대형화되고 획일화된 코워킹스페이스들 사이에서 독특한 분위기와 가성비 좋은 소규모 코워킹스페이스로 포지셔닝되어 있고 15개의 오피스에 15개의 상주 스타트업기업과 45개의 비상주 기업이 입주한 채로 나름대로 잘 운영되고 있다. 특히 상주 매니저가 전체 오퍼레이션을 관리하고 있기에 더 이상 성수동 인생공간에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는 점이 올해 있었던 큰 변화 중 하나이다.


4. 가족사진 프로젝트

업무적인 분야 외에 꾸준히 해오고 있는 프로젝트는 권순섭작가님과 함께하고 있는 가족사진 프로젝트이다. 3년째 매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성수동 골목길에서 우리가족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 프로젝트에 대한 애착이 점점 더 커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성수동 골목길이라는 동일한 장소에서 매번 비슷해 보이는 나와 한이, 그리고 매번 눈에 띄게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 있으면 묘한 감정이 든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열 가족이 자신들의 습식지 주위의 특정 장소에서 함께 사진을 남기며 진행하고 있고, 내년에는 가족 전체가 모여서 작은 워크샵을 한 번 하려고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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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새롭게 시작한 일들


1. 양평라이프의 시작

2019년에 일어난 내 인생의 가장 결정적 변화는 양평생활의 시작이다. 장인장모님께서 캐나다 생황을 마무리 하고 양평에 집을 짓게 되셨고, 우리는 2주에 한 번씩 금요일 밤에 양평으로가서 일요일 밤에 성수동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지속하였다. (도어투도어로 70분 소요)

이러한 라이프 패턴은 도서출판 나무생각의 한순대표님 내외가 오래전부터 해오셨던 삶의 방식에서 착안해서 나도 올해부터 실험적으로 한 번 진행해 보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만족도가 너무 높았고 우리가족의 삶에 커다른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성수동 인생공간의 4층에서 거주하고 있는 나로서는 업무공간과 생활의 공간이 구분이 없이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점은 시간적 세이브의 측면에서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3년간의 성수동 생활을 통해서 깨닫기 시작했다. 주말만큼은 스위치오프되어야 함에도 스위치온 된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내 에너지가 점차 고갈되고 있었던 것이다.

공간의 힘은 실로 크고, 양평의 단절된 공간과 자연이 주는 지속적이고 건강한 에너지는 올해 하반기에 내가 발견한 가장 큰 삶의 변화이자 기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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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집에서는 양평시내와 남한강이 훤히 보이고 우거진 숲 속에서 완전한 단절감을 제공한다.


2. 어떤 다이어리 & 일력 프로젝트 by 문장수집남

올해 초부터 은재형, 명관이, 대윤이와 함께 문장수집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우리는 '읽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만들어 끊임없이 스스로를 읽게 만들고 싶었고, 매일 자신이 읽은 책에서 한 문장을 수집해서 공유하고, 이와 함께 본인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하나를 공유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자정까지 문장과 질문을 단톡방에 공유하지 않은 사람은 2만원을 패널티로 부과하기로 했다.

이 2만원의 힘은 실로 엄청난 것이어서 우리는 6개월동안 1000개가 넘는 알찬 문장들과 질문들을 수집할 수 있었고, 우리는 와디즈 플랫폼을 활용하여 이를 일력과 다이어리의 형태로 출판하기로 결정했다.

모두 500세트 한정판으로 기획된 우리의 다이어리와 일력에는 우리가 매일같이 모은 문장들과 질문들이 적혀있고, 이를 통해 매일 한문장의 주옥같은 글귀와 일상을 되돌아볼 수 있는 질문들로 하루하루를 채울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를 위해 출판사 라이프레코드를 설립하고, 와디즈, YES24, 펀샵의 MD들과 협업하고 인쇄 및 촬영 등 세밀한 부분까지 도맡아 프로젝트를 진행해준 선송희 팀장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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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어떤 다이어리&일력 1쇄는 30세트만은 남겨두고 있고, 2쇄를 발행할지 여부에 대해 고민 중에 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84791110?scode=032&OzSrank=1


3. 나를 아들이라 부르는 두 남자와의 제주도 여행


올해 있었던 장면 중 가장 흐뭇한 기억을 꼽자면 두 아버지를 모시고 간 제주도 여행이리라.

작년부터 생각은 해오고 있었지만 우선순위는 아니었던 일이었는데, 올해에는 꼭 두 아버지를 모시고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제주도 강의가 금요일에 잡혀있었던 어느 10월, 나는 두 아버님과 함께 2박3일 제주도 여행을 기획해서 단행했다. 올해 75세 전직 불문과 교수님이자 천재 시인 랭보의 시학을 평생 연구하신 장인어른과 올해 60세 은퇴 후 제 2의 직장을 다니며 산을 좋아하는 아버지, 그리고 37세의 철이 들듯 말듯한 율웅이 아빠, 이 세 남자는 매일 올레길과 한라산을 아침일찍부터 걷고 또 걷고, 그리고 저녁에는 회와 매운탕을 안주로 차디찬 한라산을 마시는 2박 3일간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왔다.

행복해하시는 두 아버지를 보며, 왜 조금 더 일찍 셋만의 여행을 다녀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고, 내년에는 조금 더 멀리 가보자는 작당모의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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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디어플로리스트 프로젝트

또 한가지 올해 4월부터 내겐 너무나 중요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디어플로리스트라는 B2B 온라인 화훼신선배송 서비스를 지난 7월에 오픈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플로리스트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필요한 꽃을 새벽경매시장에서 사입해서 익일 오전 전국 신선 정기배송 해주는 B2B서비스이다. 나를 포함한 3명의 코파운더들이 서비스를 기획해서 론칭한지는 6개월 정도이고 현재 시장에서는 좋은 피드백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직은 가야할길이 멀고 매일 해결해야할 난제들이 끝도 없이 생기지만, 시장의 확실한 수요를 발견하였고 조금 더 탄탄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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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기억해두고싶은 콘텐츠들

2019년 최고의 책: 순간의 힘(칩히스/댄히스), 원칙 (레이달리오)

2019년 최고의 넷플릭스 콘텐츠: 더게임체인저스, 머니볼

요즘 하는 생각: 순간순간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 영원한 것을 만들고 싶다. 그것이 브랜드이든 컨텐츠이든 제품이든 무엇이든.


생각지 못했던 상

세바시에서 연말에 기분 좋은 상을 주었다. <최다시청시간상>이 그것인데, 세바시 988회 <관계가행복해지는협상의기술> 콘텐츠가 세바시 콘텐츠 중 평균시청시간이 가장 긴 컨텐츠 중 하나라고 했다. (세바시 평균 시청시간은 약 6분 정도인데, 협상 영상이 약 9분 정도의 평균시청시간을 기록했다고 한다. 항상 더 많은 것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세바시 팀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고, 2020년의 세바시의 성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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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총평

바삐 움직였던 한해였다. 지속적으로 해오던 일과 새롭게 시작하게된 프로젝트들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시간적으로 에너지적으로 지칠 정도로 스스로를 몰아부쳤고 중간중간 번아웃이 되기도 했었다. 양평생활은 그 대안으로 적용해본 일종의 실험이었고 생각보다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성과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관계적인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한해였다. 특히 작년에 부쩍 많이 부딪혔던 어머니와의 관계가 올해 많이 회복되었던 것이 개인적으로는 다행스러운 일 중 하나다.


2020년은..

개인적으로 2020년은 이런 한해였으면 한다.

발산보다는 응축에 집중하는 한해를 만들고 싶다.

인생과 일에 멘토를 찾고 나아가서 멘토그룹을 형성했으면 좋겠다.

콘텐츠를 더 대체불가능하게 만들고 싶다.

늘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일과 가족과 삶 사이에 최적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싶다.


한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나와 그대의 멋진 2020년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KakaoTalk_20191230_100943683.jpg 발리 북쪽 해변에서 2019년을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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