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한주_괜찮은 금요일_생각보다 괜찮은 나의 상황_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했는데, 허리통증이 심했다. 강원도 인제 원통에서 헌병으로 근무를 했는데, 위병소 근무를 하면 총을 한쪽 어깨로 메고 수시간을 서있어야 했다. 2년의 시간을 그렇게 보냈으니 몸 건강한 20대 초반의 친구들도, 제대할 무렵이 되면 허리나 무릎이 성한 사람이 없었다. 허리에 디스크가 온 것이었다.
잠을 잘수가 없더라. 메트리스도 바꿔보고 복대도 차고, 유명한 ㅇㄹㄷ병원같은데서 수십만원짜리 통증주사도 수차례 맞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상황이 심각해져서 척추전문병원이라고 내세우는 곳에서 당시 가난한 내게는 너무나 큰 금액이었던 100만원 가까운 비용을 들여서 MRI와 CT를 촬영했었다. 그 결과를 가지고 몇군데 병원 전문의들로부터 진료를 받았는데, 이틀사이 세 병원에서 시급하게 수술을 해야한다고 권했다.
그 중 강북에 있는 한 병원에서는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하며, 부모님과 상의해서 내일 수술을 진행하자고까지 이야기를 했다.
제한된 정보와 두려움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속앓이를 하다가, 마지막으로 제일 큰 병원에서 진단을 한번 받아보고 거기서도 수술을 권하면 다음주에 수술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며칠 후, 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수속 절차를 마치고 꽤 오랜시간을 기다려 외래진료를 받았다. 의사선생님과 간호사가 있던 그 방에서 촬영해둔 MRI와 CT 파일을 CD로 전달했다. 의사선생님은 파일들을 자세히 보더니, 이렇게 이야기 했다.
"허리가 불편하시죠. 근데 괜찮아요. 이 정도 상태는 좋아질수 있어요. 습관을 고치고 운동을 하고 물리치료를 받으면 나이를 고려해봤을 때 퇴행성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좋아질 수 있어요. 수술을 고민한다고 하셨는데, 수술 안받으셔도 됩니다. 너무 크게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를 잘 받아보시지요."
그 순간 허리가 낫는 기분이었다. 의사가운을 입고 전문의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 중 단 한명도 20대 초반의 나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다들 '심각하다.', '즉시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 더 악화될 것이뻔하다'라는 겁에 질린 이야기만 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6개월간 열심히 치료받았다. 매일 저녁 낮은 산을 오르고, 틈만나면 수영을하며 허리 근육을 강화했다. 생활습관도 이 때 많이 개선하게 되었다.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심했던 허리통증은 조금씩 완화되기 시작했고, 수개월의 물리치료와 운동치료를 병행한 후에는 수술없이도 통증을 느끼지 않고 일상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내 상태는 호전되었다.
라는 말이 가진 힘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그 때 깨닳았다. 내가 절실히 듣고 싶었지만,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그 말이 가진 힘이 얼마나 엄청난지 나는 체득했다.
간혹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절실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그 사람에게, 옳은 말들과 분석적인 솔루션, 데이터 기반의 예리한 인사이트도 좋지만, 어쩌면 그 무엇보다 당신에게 가장 먼저 듣고 싶은 말은
괜찮다고 생각해야 괜찮아지지,
괜찮지 않다고 생각하면 괜찮지 않아진다.
괜찮다.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다.
잘하고 있고,
더 나아질 수 있다.
P.S. 나의 한주, 당신의 한주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 ) 좋은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