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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마무리합니다.

류재언의 2020년_그리고 새로운 2021년

2020년이 12시간 남았다.

올해는 유독 파고가 높고 깊은 한해였다.

상상해보지 못했던 한 해였고 경험해보지 못했던 시간들 속에, 우리가 정해둔 1년, 12개월, 365일 이라는 시간 체계가 무색하게, 한 해가 마무리되는 이 시점에도 지난 1년의 시공간과 사람과 사고를 통째로 지배해온 코로나의 시계는 쉽게 끝나지 않을 듯 한 기세로 무섭게 돌아가고 있다.


처음 맞이해본 그 막연한 불안감은 점차 구체적인 공포감으로 다가왔고, 깊어지는 시름과 걱정 속에 무기력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다만 인간이라는 존재의 적응력은 놀랍도록 빨라서 이 새로운 체제 속에서 적응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들 속에서 나 역시도 공포감과 무기력감에서 조금씩 빠져나와 생존의 방법론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상반기가 끝날 때 즈음은 새로운 체제에 적응해야만 하면 적응을 할 수 있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던 것 같다.


몹시 역설적이게도 차원이 다른 일상의 대대적인 재편성 과정에서 기존에 내게 우선순위로 여겨왔던 것들이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기존에 내가 미루어왔던 것이 최우선순위가 되기도 했으며, 필수적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없어도 되는 것으로 바뀌기도 하면서, 내 삶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의 우선순위에 대한 근원적인 재편성과정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겪게 되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명확해졌다.

코로나의 시간에 생존하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본질이 더 명확해졌고, 버려야할 것들이 명확해졌으며, 우선순위가 명확해졌다.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불확실하고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래도 큰 방향성과 지향점은 이전보다 훨씬 명확해졌음을 느낀다.

다가오는 2021년을 조금 더 준비된 마음으로 맞이한다.


2020년을 마무리하며,

내가 계속 해왔던 것들을 정리해보고,

새롭게 시작한 것들을 복기해본다.


1. 내가 꾸준히 해왔던 것들


1) 기업법률자문


올해도 법무법인 율본의 기업전담팀에서 멋진 기업들의 법률자문을 꾸준히 해왔다.

정기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야나두, 센트랄, 포메이션랩스, 위시컴퍼니, 지우컴퍼니, 파우컴퍼니, 아이엘사이언스, 크린텍, 이와세코스파, 세바시, 여행에미치다 등은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견고한 성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대표님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제 역할을 다해왔다고 자부한다.


올해는 라이카코리아, 이와세코스파, 트레블블루와 같은 외국계 기업의 법률자문업무가 늘어난 한해였고, 정기자문이외의 비정기 법률자문으로는 합작법인설립, 기업지배구조 재편성, 창업자간 지분분쟁, 주주간계약, 투자계약 등의 업무 분야가 가장 주력해서 자문업무를 진행한 영역이었다.


10여년간 기업법률 자문을 담당하며 명확해진 것은 적어도 내게는 불특정 다수 또는 소수와 진행하는 단발성 소송이나 자문이 극도로 소모적이라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이고, 작년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장기적으로 서로 신뢰하며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기업들에게만 집중하고 내 시간을 할애하는 기존의 자문업무 방식이 이어지리라 생각된다.


http://yoolbon.com/


2) 기업협상교육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다양한 시도로 협상교육을 진행했던 한해였다. 상반기에 오프라인 교육시장이 침체되면서 비중을 줄어든 기업협상교육을, 하반기에 온라인라이브, 이러닝 형태로 다양하게 진행해왔다. KPMG, GS칼텍스, 멀티캠퍼스, 오뚜기, 판토스 등과 같은 기업에서 온라인 라이브로 협상교육을 진행했고, SK아카데미, 롯데인재개발원, 대우건설, 현대경제연구소, 휴넷, EBS와 같은 기업과는 이러닝 형태의 콘텐츠를 공동제작하였다.


기업교육시장에서의 나의 포지션은 '실무전문가가 제공하는 협상워크샵'으로 포지셔닝되어왔고, 지난 10년간 기업 실무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들을 협상의 핵심 원칙들과 함께 제공하고 있는 협상 워크샵은 기업교육시장에서 꾸준히 좋은 피드백을 받고 있다.


내년에는 각 분야의 실무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실무전문가가 제공하는 워크샵'의 카테고리를 협상 뿐만아니라 리더쉽 전반으로 수평적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시도해보려고 하고, 이를 위해 오랜 실무경험을 쌓은 인사이트풀한 전문가분들을 만나뵙고 있다.


http://bnsg.co.kr/?page_id=691

https://www.youtube.com/watch?v=ERZNZn6RJFs


3) 성수동 인생공간


2016년에 오픈한 코워킹스페이스인 성수동 인생공간은 장기적인 입주기업들과 함께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5년째 이 공간을 운영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성수동의 소규모 오피스 수요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는 사실과 내가 이곳 성수동 인생공간의 일부를 우리가족의 거주지로 삼고 있기 때문에 관리적 측면에서 별도의 시간 할애없이 극단적 효율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 있다.


상대적으로 점점 더 비싸지고 고급화되며 기업화되는 코워킹오피스 시장에서, 성수동 인생공간은 가성비 좋고 오랫동안 있을 만한 독특하고 매력적인 코워킹스페이스로 포지셔닝되어 있다. (1월말에 2~4인실 공간이 곧 나옵니다. 혹시 주위에 성수동에 소규모 사무실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문의주세요. bnsgmaster@gmail.com/이영환매니저)


http://spacelifes.com/


4) 사실 위에 나열한 일들은 내가 수년째 함께 해오는 일들이다.


처음에는 파편화된 각 영역의 일들이 버겁게 느껴졌지만, 5년 넘게 이 일들을 병행하면서 '시간을 쪼개어서 쓰기보다는 각 영역을 연결시켜서 시간을 확장시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제는 기업자문-협상-공간운영의 일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며 운영이 되고 있다. 그리고 결국 나는 기업들에게 법률콘텐츠와, 협상콘텐츠, 공간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제공자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2. 새롭게 진행 중인 프로젝트


1) 디어플로리스트 프로젝트


2019년과 2020년의 나의 핵심 프로젝트는 '디어플로리스트 프로젝트'이다.


2019년 3월, 화훼유통시장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보기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디어플로리스트 프로젝트는, 공동창업자 3명(류재언, 정재엽, 이강진)이 처음 수립한 가설들의 상당부분을 증명해나가며 1년 8개월째 '나름대로 순항중'에 있다.


이제 우리는 '디어플로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전국 3000명의 플로리스트(전국 10%)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월~금 주 5일 전국 익일 배송 시스템을 갖추었으며, 처음 3명으로 시작한 팀은 2020년 12월 현재 모두 10명(16년차 개발자와 27년 경력의 화훼경매사 및 마케터, 화훼 경매 및 배송 과정의 오퍼레이션 인력 등)이 움직이는 조직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올해 코로나를 겪으며 우리 팀은 더 단단해지고 더 전문화되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디어플로리스트의 누적 매출액은 7억원을 넘어섰고, 2020년 최고 성수기인 5월 매출액은 해당월 주문금액 기준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우리가 세운 가설이 시장에서 워킹하고 고객이 반응을 한다는 시그널을 확인해나간다는 측면에서 우리에겐 무척 의미있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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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지금 <시즌 2>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우리가 수립한 가설들을 더 세분화하여 확장해나가고 있으며, 기존 가설들을 더 폭발력 있게 추진하는 한편 팀 내부적으로 새롭게 수립된 가설들을 증명해보이기 위해 인력의 충원과 함께 좋은 투자자들과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내년의 내 시간의 절대적 비중은 디어플로리스트 프로젝트에 할애될 예정이며, 더 견고하고 더 확장된 비즈니스모델을 화훼유통시장에 안착시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유통혁신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KakaoTalk_20191130_134926496_17.png 디어플로리스트 홈페이지 화면


#디어플로리스트는 플로리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B2B 비대면 온라인 화훼 신선배송서비스입니다. 전국 3만명이 넘는 플로리스트들은 디어플로리스트 사이트를 통해 500여종의 신선한 꽃을 익일 오전 11시까지 배송 받아볼 수 있습니다.


https://www.dearflorist.co.kr/


https://www.youtube.com/watch?v=buiD678yHUs


2) 유튜브 '타수성가' 프로젝트


저, 유튜브합니다 ㅎㅎㅎ


기존에 일주일에 한번, 내 영역이 아닌 곳에서 내공을 쌓아나가는 사람과 런치타임 갖기 프로젝트를 '유튜브 영상화' 시킨 프로젝트이다. 일주일에 한번, 성수동으로 타수성가한 게스트를 모시고 점심을 같이 먹고 1시간 정도 촬영을 하며 게스트의 인생스토리, 그리고 해당 분야의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이를 유튜브로 공유하는 프로젝트이다. 본격적으로 시작한지는 한달 정도 되었고, 이제 구독자는 700명 정도되는 꼬꼬마 유튜버이지만, 나는 이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내년 1월에는 아마존으로 카테고리 1등 뚫기, 부동산 특히 꼬마빌딩 시장 분석, 2020년 주식투자 해야해 말아야해, 인사담당자가 보는 우리회사 블라인드 글 등 각 영역의 다양한 전문가들을 모시고 인사이트를 얻어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아직 구독 안하신 분이 있다면, 구독,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 )


https://www.youtube.com/channel/UC4PvhMCd28dWvLWM1zJip-g

#새해부터는 제 유튜브 채널 제목을 '타수성가'로 바꾸려고 합니다. 자기 손으로 성공한 사람을 우리는 '자수성가'라고 하는데, 사실 성공이라는 것이 순전히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절대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누군가의 도움과 누군가의 응원과 누군가와의 협력으로 성공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의미에서 '타수성가 프로젝트'를 제 유튜브 채널 제목으로 삼고자 합니다. 함께 성공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은 분들은 얼마든지 협업, 공동 콘텐츠 제작 환영입니다. 본인 또는 내공있는 분이 있다면 많이 추천해주세요!


특히 올해는 여러 유튜버들과도 협업을 했다.

그 중에 신사임당과 함께 촬영한 유튜브는 3편을 공개했고 합계 35만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많은 분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처음 신사임당님과 촬영할 때 신사임당님 구독자가 80만이었는데, 지금은 120만명이 넘었다. 확실히 유튜브 콘텐츠는 확실하고 지속적인 콘텐츠를 공급하는 유튜버들에게 구독이 쏠리는 승자독식 시스템이 더 강해지는 추세인 것 같다.


저도 열심히 한번 해볼게요. 많이 알려주시고 많이 시청해주세요 ㅎ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N_AZrb8jDow&t=815s


최근에는 아들연구소 최민준 소장과 '아들과 협상하기'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공동으로 만들었는데, 어머니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며 16만 정도의 조회수를 올리고 있습니다. 각 영역의 전문가들과 코드를 맞추고, 제 콘텐츠와 상대의 콘텐츠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은 항상 즐겁고 많은 영감을 받는 작업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CbHiAaaBPE


3) 이동진 파일럿 후원프로젝트


올해 가족과 일 이외의 영역에서 스스로 가장 잘한 일 하나를 꼽자면, 사랑하는 동생 이동진 파일럿의 미국비행 프로젝트를 후원한 일이다. 전세계 많은 항공사들이 도산하고 파일럿과 승무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최악의 환경에서 이동진 파일럿은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꿈꿔온 자신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동진이는 지난 1년을 조용히 준비했다. 그리고 성수동에서 동진이가 내게 이 프로젝트를 처음 이야기한지 1년만에, 동진이는 미국 48개주 1만4030km를 돌며 혈액과 마스크를 수송했다.

20191025_130124.jpg 사랑하는 동진이와 온마음지원약정서를 체결한 날 @2019년 10월 서초금융캠퍼스
20191025_130009.jpg 사랑하는 동진이와 온마음지원약정서를 체결한 날 @2019년 10월 서초금융캠퍼스
20201025_165421.jpg 1년간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귀국한 동진이와 2박 3일동안 제주도에서 함께 했다 @2020년 11월 불란서식과자점


나는 동진이 덕분에 누군가의 꿈을 이루는데 결정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그리고 동진이가 지난 1년을 준비하는 과정을 곁에서 보면서, 동진이가 가설을 세우고 목표를 수립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들고 상황을 대처하고 그 마음의 빚을 자신만의 진심어린 방식으로 갚아나가는 모든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오히려 동진이로부터 누구보다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동진과 류재언만이 쌓아온 1년간의 추억의 기억들은 우리 둘만이 공유하는 대체불가능한 정신적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동진아, 덕분에 행복했다! 고마워!


[출처: 중앙일보] 혈액·마스크 싣고 미국 48개주 날았다, 코리안 비행천사


https://news.joins.com/article/23888970


3. 나의 가족, 나의 일상


1) 동생의 결혼


하나뿐인 동생이 결혼을 했다.

내겐 만감이 교차했던 날.

코로나 초기,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2월에 결혼식을 진행하길 잘했다.

아래는 동생의 결혼식에서 읽은 그녀와 그녀의 남편을 위한 내 축사.

다운로드.jfif 아버지와 동생. 아버지의 표정에서 많은 감정이 묻어난다 @동생의 결혼식

https://brunch.co.kr/@jaeeonryoo/249


2) 선물이의 탄생


올해 10월 우리집 3호 선물이가 태어났다. 우리의 잠정적인 마지막 가족구성원인 선물이가 우리 품으로 오기까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아내 한이가 너무 많은 고생을 했고 체력적으로도 무척 힘들어 했기에 이 멋진 선물의 공은 당연히 아내에게 돌린다. 항상 고맙고 미안해 한이.


성수동 인생공간 4층. 선율이 한 살 때 이 공간으로 이사를 해, 이제는 선율이(6), 선웅이(3), 선물이(1)와 나, 그리고 아내, 이렇게 다섯명의 가족이 함께 하고 있다. 우리에게 인생공간은 진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인생공간이라는 이름의 영감을 준 윤규, 항상 고마워!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에 4번, 우리는 권순섭작가님과 성수동에서 가족 사진을 기록하는 우리만의 리츄얼을 5년째 진행중이다. 그리고 처음 우리가족과 실험적으로 시작한 권작가님의 가족사진 프로젝트는 이제 각각의 스토리를 담은 10가족이 함께 하고 있다.


내게 기록은 의무가 아니라 인생의 커다란 즐거움이며, 같은 공간에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나가는 아이들의 기록을 지속적으로 남기는 것은 나중에 우리 가족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가 될 것이라 믿는다.


2020년 겨울사진 (42).jpg 1호2호3호 5가족 완전체로의 첫 가족사진 @성수동 인생공간 by 권순섭 작가님
2020년 겨울사진 (59).jpg 1호2호3호 5가족 완전체로의 첫 가족사진 @성수동 인생공간 by 권순섭 작가님
2020년 겨울사진 (104).jpg 1호2호3호 5가족 완전체로의 첫 가족사진 @성수동 인생공간 by 권순섭 작가님
2020년 겨울사진 (143).jpg 1호2호3호 5가족 완전체로의 첫 가족사진 @성수동 인생공간 by 권순섭 작가님
2020년 겨울사진 (158).jpg 1호2호3호 5가족 완전체로의 첫 가족사진 @성수동 인생공간 by 권순섭 작가님


3) 양평생활 두해째


올해도 우리는 주말에는 틈만나면 양평으로 향했다. 진주에서 서울로 올라온지 18년이 다되어간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서울이 시시때때로 낯설다. 나는 섬진강변이 펼쳐진 하동에서 초등학교를 나왔고 남강과 지리산으로 둘러싸인 진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그리고 어릴 때의 그 기억과 정서를 회상할 수 있는 곳을 본능적으로 찾아 헤매어 왔던 것 같다.


평일에는 성수동에서 삶의 기반을 유지하며 아내와 나는 주말에는 완전히 단절된 양평 생활을 택했다. 우리는 출퇴근 막히는 시간대를 피해서 주로 금요일 저녁 9시에 양평으로 이동해서, 일요일 저녁 9시에 양평에서 성수로 이동을 한다. 성수동 인생공간에서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에 있는 우리만의 아지트까지 도어투도어로 딱 65분이 걸린다.


그리고 그 65분의 시간을 할애한 대가는 아이들에게 축복의 시간을 그리고 우리들에게 여유와 즐거움과 단절의 시간을 제공한다. 2년째 이 패턴의 삶을 유지하며 우리 가족의 내부적 중간 평가는 더 없이 이 패턴의 시간과 공간 분배가 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멋진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해주시는 장인장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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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끝이 눈 앞에 보인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2020년은 12시간 20분이 남았다.

어느 해보다 파고가 깊고 심했던 한해였고 성장보다는 생존에 방점을 둔 한해였지만, 아이들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성장해가고, 우리는 새로운 일상에 시나브로 적응해나가고 있다.


우리집 부엌에는 언젠가 소중한 사람이 선물해준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가 걸려 있다. 이 문장의 의미를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2020년을 한 해를 온전히 살아내며 내겐 이 문장이 비로소 절실하게 와닿는다.


다가오는 2021년에도 바늘 끝을 끊임없이 떨고 고민을 이어나가면서도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처럼,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을 아끼지 않는 그리고 내 삶의 큰 방향성이 나만의 북극을 향해나아갈 수 있는 그런 한해가 되길 바란다.


고생한 내게도,

고생한 내 가족과 내 소중한 지인분들께도,

마음의 박수를 보내며,

멋진 2021년을 기원합니다.


- 2020년 12월 31일 아침 류재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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