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동생이 결혼을 했다
지난 달, 동생이 결혼을 했다.
30년 넘게 함께 해온 하나뿐인 동생의 결혼식.
처음 느껴보는 감정.
그 결혼식에서 동생부부에게 보내는 축사.
제 인생의 첫 기억은 4살 때 입니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은 창원에 살았고 저녁을 먹고 아버지와 삼촌이 식탁에 앉아 사전을 뒤지며 고민을 했던 장면이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당시에는 두 어른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몰랐지만, 돌이켜보니 갓 태어난 제 동생의 이름을 짓고 있었던 장면이었습니다. 그렇게 ‘류아은’이라는 이름의 동생이 생겼습니다.
사실 어릴 때 아은이는 무척 이뻤습니다. 쪼그맣고 새까만 얼굴에 눈이 땡글해서 이모들과 삼촌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이쁘지만 그 때가 조금 더 이뻤던 것 같습니다 ㅎㅎ
초, 중,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부모님과 경남 진주에서 보내고, 저는 서울로, 아은이는 대구로 대학을 진학 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조금 먼저 서울에서 자리를 잡았고, 아은이는 대학 생활을 마친 후 서울로 올라와서 망원동에서 작은 까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까페 이름은 까페 11도씨 였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의 젊은 아가씨의 첫 사업이 그리 순탄할리 없었습니다. 커피와 와인을 함께 팔았던 그 작은 공간에서 매일같이 별이별일들이 다 일어났습니다.
욕쟁이 할머니가 나타나 매주 영업을 방해하며 쌍욕을 해대고, 옆집 미장원 남자사장은 주차선을 침범했다며 따지고 들고, 욕심에 찬 건물주는 온갖 갑질을 해대며 아은이를 쪼아댔습니다.
오빠라는 짐이 참 무겁게 느껴졌던 시기였습니다. 떨어져 살 때는 오히려 마음 편했는데 서울에올라와 혼자 사업을하는 동생에게 일어나는 기묘한 일들을 눈 앞에서 보니 온갖 신경이 다 쓰이더라구요. 그 당시 일주일에도 몇번씩 망원동 까페를 오고갔던 것 같습니다.
그 남자가 11도씨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11도씨에는 다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욕쟁이 할머니가 급속도로 공손해지고, 미장원 사장은 먼저 자기 차를 다른 장소에 주차를 하는가 하면, 욕심에 찬 건물주는 등장조차 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차고 멋졌지만 마음 한켠 불안하고 외로웠던 아은이의 마음속에 그렇게 은재씨의 존재감이 저차 커져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둘은 커플이 되었고 이후 아은이는 플로리스트로 그리고 은재씨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분야에서 무섭게 성장하며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두 손을 꼭 잡고 함께 서 있습니다.
연애 19년차 결혼 8년차 선율이 선웅이의 아빠로서,
축복받고있는 소중한 두사람에게 한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문제는 상대방의 장점 70%를 보며 살아갈 것인가, 상대방의 단점 30%를 보며 살아갈 것인가가 관계의 질을 결정짓는다고 생각됩니다.
주위에 잘 살아가는 부부는 서로의 70%를 바라보고 상대방의 30%를 감싸고 메꾸며 살아갑니다. 문제가 생기고 불행한 부부들은 상대방의 단점 30%에 집착하고 상대방이 가진 장점 70%를 무시해버립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를 단점만 가득한 사람으로 규정해버린 채, 서로 상처받으며 살아갑니다.
5년 넘게 봐온 은재씨는 장점이 무척 많은 사람입니다.
은재씨는 전문성이 뛰어나며 오픈 마인드를 가진 유연한 전문가입니다.
은재씨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드는 좋은 대화 상대방입니다.
은재씨는 문제 해결능력이 좋고 책임감이 아주 강합니다.
은재씨는 훌륭한 요리사이고 뭐든 아주 맛있게 잘 먹습니다.
은재씨는 아이들과 동물들이 너무나 좋아합니다.
은재씨는 적을 만들지 않는 사람입니다.
은재씨는 정말로 좋은 사람입니다.
30년 넘게 봐온 아은이는 보석 같은 아이입니다.
아은이는 내가 아는 최고의 플로리스트이고 미적감각이 뛰어납니다.
아은이는 쫄지 안고 당당하게 맞부딪히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아은이는 모두에게 싹싹하고 야무집니다.
아은이는 실행력이 좋고 부지런합니다.
아은이는 주위사람들을 살피고 항상 사람들을 잘 챙깁니다.
아은이는 고마워할줄알고 상대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베풀 줄 압니다.
아은이는 선하고 강한 사람입니다.
이 멋진 두사람이 앞으로 수십년을 함께할 긴 여정을 오늘 시작합니다.
결혼생활의 대부분은 행복한 시간들일테지만, 결혼생활이 매번 즐거움으로 가득할리는 없습니다. 서로 화도 내고 서운하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힘든 일도 생기고, 분명 그럴 겁니다.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는 길에 축복과 사랑이 늘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여러분들 크게 박수를 쳐주시고, 저의 다소 길었던 축하 메시지도 이렇게 마무리 짓겠습니다.
여러분 모두다 행복한 한 해 되시길요.
아은이와 은재씨를 축복하며.
아은이 오빠 류재언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