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 참 이사를 많이도 다녔습니다. 초등학교만 4곳을 다녔으니, 어쩌면 그 시절 류재언에게는 무척 스트레스 받는 일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숙명처럼 새로운 환경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했고, 그랬던 제 성장환경이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을 비교적 덜 부담스러워하는 지금의 제 모습과 연관이 되어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유년시절 핵심기억이 형성된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을 하동초등학교에서 보냈습니다. 아버지가 하동화력에 발령을 받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겐 하동, 섬진강, 지리산 이라는 명칭은 항상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가만히 2021년을 뒤돌아 봅니다.
올해 나의 일, 그리고 나의 일상을 떠올려보니,
올해도 참 '아등바등' 살았다 싶네요.
언제면 이 아등바등의 삶에서 벗어날까.
어쩌면 아등바등의 삶이 제 삶의 본질적인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ㅎㅎㅎ
나의 일
1. 기업법률자문
법률자문과 협상교육은 제 일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캐쉬카우이기도 하구요. 돌이켜보니 올해도 신뢰할 수 있는 기업들과 꾸준히 협업을 해왔네요.
기존에 자문을 해왔던 야나두, 세바시, 센트랄, 아이엘사이언스, 이와세코스파, 클린텍, 위시컴퍼니, 지우컴퍼니 등의 회사에 더해, 올해는 (사)한국엔젤투자협회, 팁스(TIPS), 비전벤처파트너스, 꿈비, 옴니어스, 크리스탈리, 어스얼라이언스 등의 기업과 함께 하게 되었네요.
한해의 마지막 달, 마지막 주까지 매달려있었던 부산소재 중소기업 매각자문 건은 딜이 잘 마무리되었어요. 흡족해하시는 창업주와 주주들의 덕담을 건내받고 노트북을 닫을 수 있어서 아주 홀가분한 마음으로 연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기업정기자문이 밥이라면, 합작법인설립, 주주간 경영권분쟁, 주식매매계약, 주주간계약과 같은 일들은 제겐 반찬같은 일이라 생각됩니다.
변호사 생활 10년. 이 일의 명과 암이 있지만,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은 '쌓이는 일'이라는데 있지 않나 싶네요. 한 번 해본 영역은 누구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더 실수를 줄이고, 더 빠르게 방향설정하고, 더 저확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일이 가진 속성이고, 더 쌓아나가고 싶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2. 기업협상교육
6년째 협상교육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제가 잘 하는 일입니다. 협상교육은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자문업과 직접 연관됩니다. 기업법률자문에서 수도없는 협상케이스가 만들어지고, 실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온 것들, 실제 대표와 경영진이 하는 고민들을 전제로 기업교육을 진행하면, 텍스트위주의 콘텐츠를 전달하는 교육과는 다른 묵직함과 날카로움이 생깁니다. 그게 제가 자문업에 교육업을 연결시킬 수 있는 이유이자, 차별화된 협상 교육 컨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비결입니다
올해 최대 클라이언트는 삼성그룹이었네요. 삼성그룹은 한해 내내 줄기차게 워크샵을 진행했어요. 삼성전자 임원교육을 4월부터 11월까지 했기에, 상반기에는 거의 매주 용인 서천연수웠을 다녔고, 하반기에는 온라인 워크샵의 형태로도 매달 진행을 했네요.
임원교육뿐만아니라 올해는 HR팀 대상 교육들도 함께 진행했고, 하반기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와도 협상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교육을 비용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몇안되는 기업이 삼성그룹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면에서 삼성의 초격차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구요.
올해 가장 심도있게 협상교육을 진행한 기업은 KPMG와 CJ제일제당, 동국제강, LG판토스였습니다.
KPMG는 딜부서의 M&A협상워크샵부터 시작해, TAX부서의 세무조사대응 협상워크샵, 컨설팅부서의 기업상대 컨설팅 자문협상까지 협상교육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전사가 협상교육을 받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넓고 깊게 협상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국제강은 16시간짜리 구매협상워크샵을 기획해서 구매실 전체인원이 함께 심도있는 협상교육을 두차례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구매본부 임원분께서 직접 협상워크샵에 참여하실 정도로 열정적이고 진지한 교육이었습니다. CJ제일제당은 매년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연간계약을 세일즈임원분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케이스화하여 워크샵을 두차례 진행했고 특강도 자주 하였습니다. LG판토스는 선주와의 치열한 협상을 이틀짜리 협상워크샵으로 기획해서 풀타임으로 온라인화시켜 진행했습니다.
교육이 잘 진행된 기업들의 특징을 잠시 떠올려보니, 1) 워크샵을 진행하는 또렷한 니즈와 2)열정적이고 디테일한 교육담당자들의 기획과 조율이 있었네요. 함께 일한 파트너사들과 교육담당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생각해보니 코로나의 장기화로 온라인 컨텐츠도 많이 제작했네요. 세바시팀의 새로운 프로젝트 세바시랜드에서 20강 코스의 프리미엄 협상컨텐츠를 출시했고, SK그룹사의 온라인 협상 콘텐츠, LG화학과 LG엔쏠의 협상 콘텐츠, 롯데그룹사의 협상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제작해서 제공했습니다.
상반기에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했습니다. 업계에 풍부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가진 LP들을 모셨고, 네명의 GP체제로 펀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4개 기업에 투자를 했네요. 콘텐츠 AI 기업인 클레온에 카카오인베스트와 공동투자를 했고, 한국어능력시험을 공부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FUNPIK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며 글로벌 에듀테크기업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아이디자인랩, 일본에서 패션 이커머스로 도전장을 낸 아보카도, 큐레이션된 독채숙소 회원권 판매를 하는 MZQ까지.
네 기업모두 창업자들이 대단하고, 시장이 무척 흥미로워 내년에도 기대가 많이됩니다.
하반기에는 성수동 인생공간 시절부터 함께 해온 정주용대표님, 그리고 스마트하고 기세넘치는 젊은 여성리더 김샛별대표님과 엑셀러레이팅 펌인 비전벤처파트너스를 설립하고, 엑셀러레이팅과 투자자문업을 시작했어요.
요즘 투자업계는 투자수요보다 오히려 투자공급이 더 많지 않나 싶을 정도로 투자관련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위대한 엑셀러레이팅 펌들이 업계에서 어떤 밸류를 제공하는지, 창업자들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고민해서, 내년상반기부터 차별화된 포지션을 만들어나갈 생각입니다.
왜 투자를 하는가?
앞으로 50년을 더 살거라 생각했을 때 장기적으로는 결국 투자받는 삶보다는 투자하는 삶을 살게될 것이고, 그렇다면 그 핵심 경험을 제 3자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위탁'과 '판단의존'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저랑 맞지도 않구요. 그렇다면, 직접 투자를 하는 것이 가장 치열하게 투자를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서 투자하는 삶에 뛰어 들었습니다.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배우고 있고, 그만큼 더 챌린징하네요. 그래도 챌린징하다는 것은 즐겁다는 것이고, 긴장되는 만큼 성장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LP님들께는 결과로 보답하겠습니다 : )
4. 디어플로리스트
화훼업계에 B2B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어플로리스트를 창업한지 3년차입니다. 친동생이 플로리스트로 겪는 불편함에 착안해, 2019년부터 전국 꽃집 대상 생화신선배송서비스를 시작했고, 올해는 동네꽃집이라는 꽃집중개플랫폼을 론칭했습니다.
12명의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좋은 멤버들과 함께 합니다. 그래서 할 수 있었고, 그래서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디어플로리스트를 믿어주는 고객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누적매출 15억원이 넘어가고 있는 시점이고, 새로운 서비스인 동네꽃집을 시장에 안착시켜야 하는 시점입니다.
사업이라는 것은 끝없이 불안하고, 끝없이 고민되고, 끝없이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는 것이더라구요. 흔히들 말하는 '성공한 사업가'가 무엇인지 사실 모르겠습니다. 투자를 받으면 더더더 어깨는 무거워지고, 엑시트를 하고 나서 한없이 허무해하는 창업가들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사업에서 성공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치열함과 이 외로움을 묵묵히 견뎌내고 오늘도 노트북과 씨름하는 모든 창업가들을 존경합니다.
5. 유튜브
상반기부터 조그맣게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플랫폼을 기획해서 바람을 만들지 못한다면, 적어도 플랫폼 위에서 바람을 타고 노는 멋진 서퍼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스얼라이언스라는 금융콘텐츠 기업과 협업해서 <협상가 류재언>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어스얼라이언스 팀 고맙습니다 : ).
무리되지 않게 즐겁게 하고 있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과 유튜브를 통한 협업과 비즈니스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경험하고 조금 놀라고 있어요. 겁없이 한 번 시도해보고 또 꾸준히 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하는 한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