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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으며 위로받던 날

#위로가되는말 #양평 #양평집 #대화의밀도 #위로가되는말을건낸다

비 맞으며 위로받던 날


7월의 마지막 날, 굵은 빗방울이 쉼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일요일 늦은 오후 무언가 삶이 무료해지며 ‘이렇게 그냥 월요일을 맞긴 아쉽다.’는 생각이 들던 시간 즈음,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인 장인어른과 나는 서로 좋아하는 와인과 와인잔을 하나씩 손에 들고 양평집 마당으로 나가 테이블에 앉았다.


우산 대신 창이 큰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도란도란 이야길 나누면서 술잔을 기울이는데,

밀짚모자에 비 떨어지는 소리, 

몸에 툭툭 닿는 빗방울에 옷깃이 젖는 느낌,

와인 잔에 빗방울이 섞이며 빗빛 와인이 되어가는 색감, 

멀리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와 

나지막한 장인어른의 목소리가 어울어져 낭만적이더라.


양평집에서 일흔여덟 인생선배와 와인마시던 날


정신없이 지낸 지난2주간의 바쁜 마음이 잠시 날아가는 개운함을 느끼며 아버님께 속 마음을 털어 놓았다. 


“확신에 찬 하루를 걸어나가다가도 

또 이따금씩 흔들리기도 하고 그러네요 아버님.”


장난끼와 진지함이 섞인 아버님의 커다란 눈망울과 내 눈이 조용히 서로를 응시했고, 어쩌면 그 순간 이미 나는 아버님으로부터 위안을 받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우주가 흔들리고 

지구도 자전을 하는데 

어떻게 자네라고 안흔들리겠나.. 

흔들리니까 인간이고, 

나도 자네도 인간이라면 끊임없이 흔들리지.”


일흔여덟의 인생선배가 가진 

아득한 우주적 시각과

그 속에 담긴 온기 품은 대화 간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그 즈음 나는 

작은 위안을 안고 월요일을 맞이할 수 있었다. 


#대화의밀도가좋던날 #위로가되는말 #월요일을맞이하기전 #양평 #비오는여름의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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