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다.
매주 성동구치소에 간다. 거기엔 아끼는 동생 H가 수감되어 있다.
H는 밝고 차분하다.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경우에 있어 '나쁜사람'이 아니어도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번 케이스는 친구를 잘못 만난 케이스이다.
벌써 수개월째, 처음에는 조급해하던 H도 점차 본인의 상황들에 적응을 하고 있다.
매주 나는 "H, 이번주엔 뭐했어?"라고 물어본다.
두달전 부터 H는
"형님, 저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살았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시간날때마다 제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떠올려보고 그걸 공책에 정리하고 있어요."
"그렇구나, 근데 갑자기 그건 왜??"
"제가 왜 여기 있는 줄 아세요? 그건 제 일상이 엉망이어서 이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한방을 노려서 그래요. 이제는 제 엉망인 일상을 하나씩 회복해보려고 해요. 작은 것 부터."
"저는 EPL축구를 보면서 맥주마시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조깅할 때 머리에서 흐르는 땀의 느낌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나가서도 매일 시간을 내서 조깅을 할 생각이에요. 이렇게 하나씩 일상을 회복해나가면서 성실히 살고 싶어요."
아이쿠...
내가 변호인 접견을 하러가서,
되려 한방 맞은 기분이 들었다.
구치소에 있지도 않은 우리의 일상은 온전한가?
바쁘다는 핑계로,
돈벌어야한다는 핑계로,
성공해야한다는 핑계로,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핑계로,
우리의 일상이 깨져있지는 않은가.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면서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일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1. 나는 11시가 넘은 밤에 라디오를 듣는걸 좋아한다.
2. 나는 비오는 날 드라이브를 하는걸 좋아한다.
3. 나는 만년필의 사각사각한 느낌을 좋아한다.
4. 나는 과거에 내가 가 본 장소를 다시 가는 걸 좋아한다.
5. 나는 선율이를 와락 껴안는걸 좋아한다.
하나씩 떠올리니 제법 많은 것들을 나는 좋아하고 있다.
다만 이런 것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살아가고 있었다.
H말대로,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고,
일상에서 스스로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의도적으로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성수동 인생공간 '그래도' 콘서트를 할 때,
박무진 형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중요한게 아니고,
기쁨의 빈도가 보다 중요하다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냥 참거나 미루지않고,
스스로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순간을 더 많이 선물하며 살고 싶다.
그게 행복감을 느끼며 사는 비법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