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소도시 여행_로마_피렌체_아씨씨_류재언_서한이_류선율.
2008년부터 9년간 쉬지않고 일해왔던 아내는 세번째 직장으로의 이직을 앞두고 9년만에 처음으로 딱 25일간의 자유로운 시간을 얻었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아내와 나는 각자의 일들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고, 아내는 새벽 3~4시에 귀가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다음 날 아침 7~8시에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고는 2~3시간을 자고 다시 회사로 나가는 그야말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일상성'에 금이 가고 있었다.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고,
서로의 스트레스를 견뎌내기 만으로도 벅찬 시간이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이러고 살고 있나?"
는 질문을 서로 마음 속으로 해보았지만,
누구도 표면적으로 이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
아내는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3월, 내게는 일주일을 내서 휴가를 가기가 쉽지않은 시기였지만, 이번만큼은 우선순위는 절대적으로 가족이여만 했다. 아내가 가고싶어했던 이탈리아행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렌트카도 예약했다.
아내의 퇴사 다음 날,
우리는 곧바로 이탈리아로 떠났다.
이번 여행 첫 도시인 로마,
정확히 10년 전, 우리에게 로마는 악몽 그 자체였다. 2007년 3개월간 유럽배낭여행을 함께 했던 아내와 나에게 로마는 40도가 넘는 폭염, 너무너무 많았던 관광객들, 집시족으로부터의 갈취 등 안좋은 기억만을 선사했던 로마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날씨는 적당히 따뜻했고, 관광객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으며,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어 생각보다 안전한 느낌이었다.
두번째 목적지인 피렌체.
숙소에서는 피렌체의 빨간 지붕들이 보이고,
아카시아 향이 넘쳤다.
여행 내내 우리는 부킹닷컴과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다. 패밀리룸 기준으로 10만원정도하는 방을 예약했는데, 비수기라 그런지 전반적으로 숙소의 퀄리티가 만족스러웠다.
피렌체에서는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주제곡들을 계속 듣고 다녔다. 지금도 그 음악이 나오면 숙소에서 바라보던 피렌체가 떠오른다.
피렌체에서도 선율이는 여유가 넘쳤다. 가는 곳마다 호기심가득한 눈빛으로 무엇인가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이번 여행이 지난 여행들과 가장 크게 달랐던 점은 바로 선율이의 존재였다. 현실적으로 한국에 놔두고 가기 힘들어 함께 했지만, 사실 고민이 더 컸다. 잘 적응할까? 음식은 괜찮을까? 우리가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 등등.
하지만 선율이는 누구보다 잘 적응하고 누구보다 여행을 즐겼다. 먼 훗날 이 모습들을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사진을 통해 너의 첫 유럽여행을 너는 스스로 흠뻑 즐기고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로마를 기준으로 남쪽 이태리를 여행하고자 했던 우리가 로마 북쪽에 위치한 피렌체까지 온 이유는 이 베키오다리의 야경을 한번 더 보고싶어서였다. 다시와서 다시봐도, 참 멋졌던 베키오다리.
여행 기간동안 선율이를 생각해 렌트카를 빌려 이동을 했다. 이태리에 오기 전 구글을 통해서 예약을 했는데(HERTZ렌트카)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차는 마음에 쏙들었다. Jeep에서 나온 소형 SUV차량이었는데 하루에 보험료 포함 4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기름값(디젤)은 우리나라랑 크게 차이나지는 않았고 리터당 1500원 정도였다. 국제면허증을 준비해가서 둘이 번갈아가며 운전을 했고, 공항에서 픽업을 했고 또 공항에서 반납이 가능해서 편리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아내의 긴장감이 서서히 풀리는게 느껴졌다. 원래 너무나 부드럽고도 온화한 성격을 가진 아내였지만, 계속되는 피로와 스트레스로 많이 힘들어했고 예민해있었다. 이런 시간이 진작부터 필요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않았었다. 가끔은 정말 쉼표가 필요한 것은 이런 이유때문일 것이다.
세번째 여행지 아씨씨는 수백년된 고성과, 중원의 평지가 끝없이 펼쳐진 곳이었다.
여느 대도시들과는 다른 느낌.
꾸미지않은 그 느낌 그대로가 좋았다.
로마, 피렌체, 아씨씨의 도시 여행을 마치고,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이태리 남부 아말피 해변으로 이동한 우리 셋. 이태리 남부의 작은 해안가 마을들에 푹빠져 헤어나지 못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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