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즐겁게, 위즐.

by jaee


나뚜루 성수 컬렉션? 무슨 맛일까 봤더니 넛츠크림위드 에스프레소.

아. 내가 안 좋아하는 맛이다.

이런 맛 아이스크림 있었는데 아 맞다 위즐.


이제 거의 20년 전, 고등학교 때까지도 눈높이 수학을 했는데 눈높이 선생님은 거의 과외하듯이 나를 가르쳐 주셨다.

종종 아이스크림을 사 오시는 날도 있었는데 그게 매번 내가 안 좋아하는 위즐이었다.

그치만 날 위해 이런 걸 굳이 사다 주신다는 게 기뻤다.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서 졸업하고도 한 번 뵀다. 김포공항에서 영화를 봤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보다 더 내향적이었던 나는 친근한 말도 잘 건네지 못하고 쑥스러운 마음이 불편해서 더는 연락을 드리지 못했다.

이후 대2병, 대3병이 도질 때마다 휴대폰을 바꾸고 연락처를 리셋해 댄 탓에 지금은 아무런 정보도 없다.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이젠 성함도 기억이 안 나고 얼굴도 희미하다.

그 따뜻한 인상은 남아 있어 언제라도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바로 알아볼 거 같다.

스피커에선 지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노래까지 나오고 있어서 잠깐 시간이 멈춘 거 같았다.


안 좋은 기억은 잘도 끄집어내고 살면서 이런 기억은 어떻게 이리 까맣게 잊고 지내는가 싶다.

내 곁에는 이렇게 나를 보살펴 주는 사람들이 늘 있다.

엊그제 내 머리맡에 나타난 홍콩야자와 피톤치드 알갱이처럼.



날 때부터 있고 쭉 있기도 하고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나타나며 마라톤 하듯 이어달리기하듯 내 행복을 지켜주는 인연들.


잠시 행복해졌다. 행복한 기억은 힘이 세다.

선생님 어디서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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