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PT N5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7월 7일에 JLPT N5 시험을 봤고 지난주에 합격 발표가 났다.
역사를 좋아해서 일본이 싫었고 고등학교 땐 제2외국어도 중국어를 했으며 그 흔한 애니나 일드 하나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어릴 때 웨딩피치 드래곤볼 명탐정코난 괴짜가족 등 일본만화 엄청 좋아했지만 다 한글이었쥐.
원전 사고로 방사능 이슈까지 생기고 해산물 섭취를 1년 간 끊었을 때는 내 평생 일본에 가는 일은 없겠구나 했는데;; 뭐 이렇게 됐다. (2022년 말부터 거의 분기마다 방문 중...)
2015년 처음으로 출장 겸 후쿠오카에 갔다.
료칸의 폭닥한 이불에 감싸여 잠든 경험은 이후로 갖은 핑계를 만들어 냈다. 좋은 건 엄마랑 한 번 더, 조성진 연주 보러 한 번 더, 하면서.
유후인행 열차 밖에서 손을 흔들어 주던 마을 사람들, 가고시마에서 먹은 내 평생 가장 맛있는 톤카츠, 이부스키 바닷가 노천탕에서 넓게 펼쳐진 벌판을 알몸으로 내달려 저 멀리 유람선을 향해 손을 흔든 일,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고 이 참에 일본을 끊고 추억에만 남겨야지 하던 차에...
일본 방문 33회라는 기록을 가진 친구가 등장했고 얼결에(?) 덩달아 2022년 처음으로 동북으로, 도쿄로 진출하게 된다.
도쿄의 첫인상은 단정한 거대도시였다. 눈이 닿는 곳마다 아름답게 정리되어 있어 마음이 편안했다.
이런 근본 위에 각 지역, 마을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게 참 매력적이었다. 발길 닿는 아무 데나 가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았다. 이질감 없는 동양인들 사이에 있는데 알아듣는 말이 없으니 이것 또한 편안한 일이었다. 혼자서 종일 뭔가를 보러 다니는 데 빠져서 저녁 6시에 첫끼를 먹은 적도 있다.
원가에 신경은 쓰는 건가 싶게 다양한 과일을 아낌없이 넣어주는 디저트 가게가 널렸고 체구가 작은 나에게 잘 맞는 예쁜 옷이 많아 반나절을 피팅룸에서만 보내도 즐거웠다.
차분하게 정돈된 상냥한 공기 속에서 달콤하게 끝없이 홀가분해졌다.
그러다 보니 이 매끄럽게 디자인된 귀여운 글자들을 읽고 싶어진 거다.
글자를 외우고 인사말을 익히고 노래를 듣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가타카나를 외우던 시절, 후지산에 가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처음으로 sandle, ‘산다루’를 읽었을 때의 감동이란.
기초부터 튼튼히 공부하려 자격시험에 도전했다.
생각보다 범위가 넓고 외워야 할 게 많았다. 역시 언어는 입문까지가 가장 즐겁다는 사실...
그래도 그간 여러 번의 어학연수(?)와 백색소음으로 여겼던 무수한 귀동냥이 어딘가에는 남아 있던 걸까, 각 잡고 공부한 건 6월 말부터 2주, 하루 2시간도 채 안 되었는데 시험을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나올 수 있었다.
일본. 경험한 도시는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는 여전히 찝찝하다.
그들이 이루어 온 문화가 마음에 든다 한들 역사관은 바뀌지 않기에, 흐린 눈을 하고 합리화하며 다니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이놈들이 우리나라를 수탈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도 한 번쯤 미치도록 풍요로웠던 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자주 한다. 그래서 이 열도는 언젠가 대한민국의 특별자치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꿈도 꿔 본다. 도쿄시, 오사카시, 후쿠오카시,... 그렇다면 재미로 시작한 이 공부도 언젠간 쓸모 있지 않을까.
내년에는 N3에 도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