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산 정상의 그네와 할아버지

by jaee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이따금 낮은 뒷산에 오른다.

정상에는 그네가 있다.

오늘도 한참 앉아 쉬었고 어떤 할아버지가 옆 벤치에 조용히 앉아 계셨다.


일터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일어나려고 옷을 주섬주섬했더니 할아버지가 갑자기 각성하시더니, 일어서자마자 누가 오기라도 할까 재빨리 옮겨와서 그네를 차지하셨다.


돌아보니 여전히 조용한 얼굴로 발을 굴러 그네를 타는 할아버지.

으른 체면에 티를 안 낼 뿐 그네 기둥에 몸을 배배 꼬아 붙이고는 자기 차례 기다리는 놀이터 초딩과 다를 게 뭐람.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알았으면 좀 더 빨리 일어났을 건데 티를 좀 내 주시지.


어린이가 좋은 만큼 다 큰 인간에게서 발견하는 어린 마음도 좋아한다.


지난 금요일 리움에서 필립 파레노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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