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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고 Jul 01. 2020

쇼핑몰 강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아니 잠깐 발만 담가보았습니다.


벌써 몇 년 전 일입니다.


어느날 유통 및 쇼핑몰에 대한 강의를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가지고 있는 지식을 공유하는 것 에 많은 보람을 느끼는 성격이라서 언젠가는 이 분야로 먹고 살테다라는 생각은 종종 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이 분야에 대해서 전문가라고 자부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품을 기획해서 생산제조 및 유통판매까지 한 경험이 많습니다.

유통업계에서 경력만 약 20년 정도 됩니다. 국내의 모든 유통 형태에 대한 경험이 있습니다.

원가분석, 매출분석에 익숙하며, 유통 형태에 따른 수수료 구조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인 설립 및 등기이전 등 행정업무를 직접 다 처리합니다. 법무사에게 한 번도 의뢰해본 적 없습니다.

회계 및 정산을 직접 합니다. 계산서 발행은 물론, 장부도 씁니다. 심지어 복식부기 마니아입니다.

수많은 쇼핑몰을 직접 만들어보았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스템 고도화에 관심이 많아서 수많은 셀러툴과 WMS를 누구보다 잘 활용합니다.


한마디로 저한테 교육을 받으면 그냥 이 분야에서 궁금한 점은 아주 원스톱으로 해결을 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간단하게 카페24 교육센터에 등록해서 소규모로 강의를 진행해보았었습니다.


카페24 교육센터 - https://edu.cafe24.com


하지만, 생각보다 강의에 대해서 별로 보람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강의를 들은 분들에게는 정말 좋은 후기를 많이 받았습니다. 개인강습을 신청하고 싶다는 분들도 있으셨고,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부르는 선생님이라는 호칭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쇼핑몰 강의 자체에 대한 찝찝함이 저를 엄청나게 괴롭혔습니다.


은퇴해서 퇴직금을 가져와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강의를 들으러 오신 분

수작업으로 가죽제품을 만드는데, 직접 판매하면 수익이 더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오신 분

본인은 듣기 싫은데, 회사에서 가서 들어보라고 해서 시간 때우러 오신 분

아이템도 없고 계획도 없는데 남들이 쇼핑몰 잘된다고 하니까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에 오신 분


자신들만의 이유로 강의를 들으러 오셨는데, 진심으로 쇼핑몰을 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은 분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쇼핑몰에 대해서 참 좋은 이야기가 많습니다만, 분명 쇼핑몰은 레드오션입니다. 매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쇼핑몰이 블루오션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의문입니다. 간단히 뛰어들어서 누구나 돈을 버는 시장이 아닌, 모든 것을 올인해도 성공할 확률이 낮은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보자도 제품이 대박 나서 성공할 수 있지만, 전문가도 망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시장입니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하는 사람이다보니 쇼핑몰은 레드오션이니 하지 말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나름 쇼핑몰에 대한 강의를 하는 강사인데요. 점점 시간이 흐르고, 몇 차례 강의를 더 진행해보고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같다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시작이 웠으니 접는 건 더 쉬웠습니다. 그냥 강의를 안 올리니 자연스레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요즘 클래스101을 필두로 수많은 온라인 강의 업체에서 잠깐만 시간을 투자하여 월 1~200만원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강의 광고가 너무나 많이 나옵니다. 신사임당이라는 유투버를 시작으로, 다들 쇼핑몰은 황금알을 낳은 거위인데 왜 아직도 안 하고 있냐는 식의 강의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 광고들을 보고 있는 제 심정은 어떨까요?


강의 몇 차례를 진행하고 찝찝함을 느껴 그만두었는데, 그들은 제가 느끼는 그런 찝찝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방법으로는 성공할 수 없었고, 그들은 다른 성공하는 방법을 알고 있냐고요? 단언컨대 그 강의를 제가 듣는다면 누구보다 더 날카로운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할 수 있을 듯합니다. 왜냐면, 저는 이미 너무나 많은 경험과 경력이 있으니까요.


혹 누구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초반에도 그들은 비판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현재는 다 사라지고 그들과 같은 부류만 남았다고.. 그래서 저한테도 간혹 아래와 같은 제안이 옵니다.


형님도 그냥 월 500만원 번다고 강의 올리세요.
경력만 쭉 나열해도 이 시장은 아마 평정될 것 같은데요?


하지만, 그래도 안 하렵니다. 예외는 있지만, 지금도 이 업계는 레드오션이고, 아무런 준비 없이 뛰어들면 성공하기보다는 순식간에 망하기가 더 쉬운 곳 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서두에 이야기했던 가지고 있는 지식을 공유하는 것 에 많은 보람을 느끼는 성격은 변함없기에 요즘에는 이미 쇼핑몰을 운영하는 운영자 또는 업체들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애널리틱스 기반의 웹 개발과 마케팅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고 이쪽에서는 이미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크몽에서 서비스를 판매 중인데, 사이드잡이라고 하기에는 6월의 매출은 너무나 만족스럽습니다. ^^



월 몇 백만원 번다는 강의들을 보고 옛 생각이 나서 한번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듣는 그리고 들었던 호칭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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