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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깎이 Jun 23. 2021

구독자 증가 미스터리

미미한 조회수에도 구독이 늘어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신기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지가 한 달도 더 지났는데, 하루 한 두 명씩 구독자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렇게 미미하게나마 꾸준히 구독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건 마지막 글을 올린 지난 달 12일 이후부터인데, 당일 전체 조회수는 30회 남짓에 불과했다.


어떤 날은 전체 조회수가 6건인데 신규 구독자가 3명 늘어났다. 1명이 1건씩만 읽고 갔다면 구독을 누른 비율은 50%, 만약 1명당 2건씩 읽고 갔다면 100% 구독을 신청한 셈이다. 그 직전에 게시한 글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조회수가 총 2만회를 넘었지만 게재 이후 한 달간 구독자 증가 수는 30건에도 못 미쳤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구독자 증가 추세(?)는 대단히 이례적이라 하겠다.



중앙일간지에 칼럼이 실린 매거진 편집자 출신 작가가 글이 나간 뒤 수많은 지인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적잖게 놀랐다고 밝혔다. 나름 10년 넘게 매거진을 만들며 공개적으로 글을 써왔는데 주위에서 이런 반응을 보인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문이 젊은층으로부터 외면 받는 올드 매체라고 해도 여전히 신문은 글이 유통되는 가장 큰 플랫폼인 것이다.


그런 거대한 플랫폼에 실린 글들은 조회수가 기본 수 천에서 수 만회를 기록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요즘엔 기자나 전문 칼럼니스트처럼 언론사란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일반인의 글도 브런치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웬만한 언론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수 있다. 브런치의 경우 운좋게 메인 화면에 진출하거나 포털사이트에 노출되면 소위 조회수가 폭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회수가 높은 글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냐'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이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할 듯싶다. 좋은 글은 언젠가 독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겠지만, 단순히 플랫폼의 파도에 올라타 한때 높이 올라간 글이 계속해서 높은 파고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파도가 아니라,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명성을 한층씩 쌓아올려야만 그렇게 올라간 위치가 유지될 수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베스트셀러 소설 '빅 픽처'는 우연한 기회에 대형화재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냄으로써 벼락 스타가 된 주인공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사정상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없었던 주인공은 결국 예기치 않게 유명인이 돼버린 자신의 두 번째 신분을 버리고 또다시 새로운 신분을 얻어 살아가게 된다. 이후에도 사진가로서의 성공을 꿈꾸지만 실력만으로 제2의 성공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롤링은 지난 2013년 로버트 갤브레이스란 가명으로 추리소설을 발표했다. 저자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에도 책은 호평을 받았지만 판매 부수는 1500부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이후 저자가 롤링임이 밝혀지자 똑같은 책이 곧장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순식간에 판매부수 100만부를 넘어섰다.


우리 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조차 또다른 '좋은' 소설을 쓸 수는 있지만 기존 명성에 기대지 않고 또다른 '베스트셀러'를 쓰기란 그만큼 어렵단 얘기다. 사실 다수의 작가들은 아무리 좋은 글을 쓰더라도 베스트셀러로 연결되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남들의 관심을 갈구한다. 읽히지 않는 글을 쓰고 싶어하는 작가는 없을 것이다. 물론 더 많은 사람이 읽어주면 좋겠지만 얼마나 열심히 읽어주느냐도 독자수 이상으로 작가의 사기에 영향을 끼친다.


조회수는 독자들의 관심을 정량적으로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하지만 요즘 같은 플랫폼 시대에 단순 조회수만으로 독자들이 얼마나 내 글을 열심히 읽었는지를 알아내기는 어렵다. 클릭 후 곧바로 건너뛰는 '건성' 독자들을 구별해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밀리의 서재 같은 일부 독서앱에서 독자가 책을 어디까지 읽었는지를 보여주는 '완독 지수' 정보를 제공한다는데, 그 정도가 열성 독자를 가려낼 도구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좋아요'도 없고 공유도 되지 않은 글을 읽고 구독을 눌러주는 독자는 소위 '찐'일 가능성이 크다. 하루 한두 명에 그쳐도 이런 독자들이 꾸준히 늘어난다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미스터리'한 구독자 증가 추세는 어쩌면 이런 저런 핑계로 글쓰기를 미뤄둔 브런치 작가에게 게으름 그만 피우라는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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