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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수 Jul 18. 2019

하버드 행복 강의 <완벽의 추구>

탈 벤-샤하르 긍정심리학 교수의 책을 읽고


완벽주의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완벽주의자는 두려움에 의해 움직인다. 무엇보다 넘어지거나 이탈하거나 비틀거리거나 실수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한다.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사람들 앞에 서지 않더라도 여러 사람이 모여 정해진 순서대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나의 작은 실수로 인해 전체 분위기를 망칠까,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이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렇다고 운동경기에서 1등을 해야 하고, 시험에선 무조건 A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압박은 없었다. 오히려 타인의 관심을 받는 것이 너무 두려웠기에 할 수 있더라도 1등을 하는 것이 싫었다. 적당히 10% 정도 안에만 들면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고 친구나 선생님들의 관심을 줄일 수 있었다. 나의 완벽주의는 모든 것을 잘 해내는 완벽이 아니라, 모든 것을 내가 통제해야 한다는 식의 완벽주의였다.




“완벽주의자의 경직성은 통제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다. 완벽주의자는 삶의 모든 면을 통제하려고 한다. (중략) 통제를 거두는 데 대한 두려움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인식이 행복감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통제에 대한 압박은 완벽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완벽한 계획을 세워도 상황은 언제나 예상을 벗어난다. 결국 나는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했다는 패배감을 항상 느껴야 했다. 시험 준비가 그랬고 운동하기도 그랬다. 


더구나 학생 시절 우리의 행복감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친구와의 관계는 통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말 친하게 지내고 싶은 반 친구가 있어도 그에게 난 1순위가 되지 못했다. 내가 아무리 친절하게 대해도 솔직함으로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다른 친구보다 인기가 좋을 순 없었다.


시골에서 도시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친구를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특히,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모든 것을 점수로 매기던 한 선생님의 학생 관리방식은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그 선생님은 시험 성적과는 별도로 학급 활동에 참여하는 성실함과 기여도를 숫자로 관리하도록 했다. 숙제를 잘 해오면 +5점, 폐품 모으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3점을 주는 식이었다. 시험 점수만큼이나 스트레스가 되었다.


자의식이 강한 나에게는 나를 잊게 해주는 친구가 필요했다. 내성적인 모습, 생각하고 느낀 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실망스러웠지만, 나와 뭔가 맞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내게 위로가 되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어두운 시간들을 지나 밝은 곳으로 나오게 되었고, 다시 나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예전과 달리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스스로가 보였다.



“완벽주의 안에는 여러 가지 특성들이 섞여 있는데, 변화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특성들을 따로 분리해서 어떤 것을 지키고 어떤 것을 버릴지 결정해야 한다”


직원 채용 면접을 할 때 자신의 장단점을 말해보라 하면 의외로 완벽주의에 대해서 언급하는 지원자들이 많다. 특히, 회계 업무처럼 숫자를 다루어야 하는 지원자들이 그렇다. 완벽주의 때문에 일을 완료하는 속도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단점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꼼꼼하고 신중하며 철저하게 일 하기 때문이라며 그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자신의 행동이 어떤 상황에서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완벽주의로 힘들었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 내가 미리 생각한 대로 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불안감이 가장 큰 문제였다. 반면, 계획을 세우고 일정대로 추진하며 빠뜨린 것 없이 생각한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완벽주의가 나에게 어떻게 나타나며 어떤 것을 버리고 싶은지 마음속에서 정리되자 예전보다 편해졌다.


사실 누구에게나 계획한 일이 마음먹은 대로 착착 진행되는 일은 거의 없다. 생각한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상황이 전개되는 일도 흔하진 않다. 상황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판단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마음의 변화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차분히 스스로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감이 커지는 내 마음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치 영혼이 내 몸에서 빠져나오는 것처럼 제삼자의 관점이 되어 바라보는 것이다. 이러한 연습이 반복되면 나 자신을 객관적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고 상황 속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게 된다. 


감정과 생각은 다를 수 있기에 스스로를 다그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왜 생각과 다르게 몸이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볼 수는 있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은 현실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허용하지 않으면 변화는 어렵다. 스스로를 관찰하다 보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되기 시작한다. 어떤 경우는 계획하지 않은 일이 발생해도 의외로 잘 헤쳐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계획과 실행 과정에서 마냥 팽팽하기만 했던 마음의 긴장감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일기 쓰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매일 쓰지 않더라도 내가 걱정했던 상황에서 실제로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내 감정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정리하면서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관찰과 기록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때로는 나 자신에 대한 측은함마저 들었다. 그런 과정은 나 자신과의 대화와 화해의 과정이었던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계획대로 해내라고 압박하던 나 대신 따뜻하게 이해해주는 내가 나타나면서 아주 친한 친구에게 위로받는 감정을 느꼈다.



“고정형 사고방식은 우리의 지능, 신체적 기능, 인격, 사회성과 같은 특성들이 고정적이며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반면, 성장형 사고방식은 우리의 능력이 향상될 수 있으며 평생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위의 두 가지 사고방식 중 하나에 갇혀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고정형 사고방식은 태어날 때부터 각자에게 주어진 것에 중점을 두고, 성장형 사고방식은 노력에 따라 주어진 것을 더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학습 능력은 타고난 지능과 함께 얼마나 생각하고 연습하는지 노력도 중요하다.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에게 “참 똑똑하구나” 라며 칭찬하면 고정형 사고방식이고, “공부를 열심히 했구나” 식으로 칭찬하면 성장형 사고방식이다. 문제는 칭찬하는 방식에 따라 학생들이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노력을 강조하면 자제력을 배우고 스스로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타고난 것만 강조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타고난 무언가를 증명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더구나, 성장형 사고방식은 실패를 성장과 발전의 기회로 인식할 수 있지만, 고정형 사고방식은 실패하면 큰일이 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지능을 타고나면 똑똑한 사람이고, 똑똑한 사람은 실패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아도 자신의 똑똑함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다.



“완벽주의자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면서 그들 자신은 도움을 청하거나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완벽주의자가 최적주의자를 향해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완벽주의자는 목적지에 집착하고 그 과정에 이르는 여행을 즐기지 못한다. 점차 의지와 동기가 시들고 부담감이 커져 견딜 수 없게 된다. 이에 저자는 최적주의자가 될 것을 제안한다. 최적주의자는 목적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보다 즐거운 여행을 한다. 순탄하지 않고 때로 고통스럽지만 실패를 겪으며 지그재그로 목적지를 향해 간다. 


사실은 고정된 목적지가 있다는 전제 자체가 완벽주의의 한 모습이다. 최적주의자는 자신의 경험에 따라 언제든 목적지를 바꿀 수 있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도전하고 실패하는 경험이 쌓이게 되고 자긍심은 점점 높아진다. 그렇게 성장한 존재는 자신의 삶의 목표를 새롭게 수정해 나간다.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가지고 정해둔 목표를 향해 일관되게 모든 일을 추진하는 사람은 영화 같은 허상이다. 아무런 문제 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도 두려움이 있다. 다만 그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도전을 계속하는 것이다. 생각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해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한다. 작은 실망과 실패가 쌓여 자신을 무너뜨릴 수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나아가면 점차 긍정적인 자산이 된다. 


사람들의 성격이나 성향, 타고난 역량은 서로 다르다. 다르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괜찮지만, 때로는 자신의 부족한 점만 스스로 들춰내서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가장 실망스러운 모습 중 하나다. 완벽주의자는 자기 자신, 주변 환경 등 모든 것에서 결함을 찾기 때문에 만족하기 어렵다. 결함을 더 부풀리고 과장하여 스스로를 힘들게 만든다. 


이럴 때 스스로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친구나 멘토가 필요하다.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는 우리 삶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 힘든 상황이 닥칠 때 비로소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친구나 멘토와 얘기를 나누면서 상황을 보다 정확히 직시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과 성찰의 과정은 우리를 겸손하게 하고 삶의 지혜를 준다.




완벽한 삶이 행복한 삶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모두 완벽하길 바란다. 그런 희망은 통제에 대한 욕구로 발전하고 그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힘들어한다. 결국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행복감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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