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수련>

전시를 다녀와서

by 최은

세상은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


참혹함과 찬란함이 얽힌 세상에서

우리는 끝내 희망할 수 있을까.


유난히 잔인했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모네의 그림 앞에 멈춰 섰다.


그의 수련은 그저 잔잔했지만

빛이 흔들고, 그림자가 스며들며

소리 없이 물결과 마주친다.


피어 있으되 완성되지 않고,

물 위에 있으되 젖어 있다.

머금은 빛조차 스치듯 흘러간다.


선명함과 흐릿함 사이,

존재와 소멸의 어딘가

아슬하게 반짝이는,

마치 우리 같다.


덧없고 위태롭지만

사라지기 전 눈부심.


모네는 틀림없이 사랑으로 살았다.

바라보았고, 머물렀으며, 스며들었다.


한 겹의 빛, 한 줌의 숨, 한 올의 결까지

매순간 저물어가는 것들을 화폭에 담았다.


그림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존재의 흔적이며, 소멸의 운명을 정면으로 응시한 기록이다.


수련 앞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왜 우리는 끝없이 아파하면서도,

아름다움을 포기할 수 없는지를.


폭력, 고통, 불의—

여전히 불안한 세상이라 하여도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어떤 작은 순간들은 우리를 구원한다.


말 대신, 손끝의 떨림으로 빚어낸

창연한 시간의 무늬.


숨이 멎었다.

그 고요한 반짝임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빛이,

물이,

잎이—

고요히 건네는 위로.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고.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지금을.


그러므로 나도 사랑해야겠다.

이 모든 숨결들을.


모네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전시장을 나선 뒤, 마음에 남은 빛의 잔상을 조심스레 꺼내어 글로 옮겨봅니다.


저는 모네를 좋아합니다. 사실 거창한 이유 때문이라기보다, 그냥 너무 예뻐서. 그의 그림을 보면 살고 싶어질만큼 아름다워서.


덧없이 반짝이는 수련 앞에 서서, 그 순간의 고요한 감탄을 나도 한 번쯤 붙잡아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모네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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